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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Apr 15. 2022

코로나 블루가 우리를 더 창의적으로 만들었을까?

세계적 학술지에서 찾은 직장생활 꿀팁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을 겪으며 우린 더 창의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을까? 아님, 창의성에 손상을 입었을까?


코로나로 인한 공포는 우리 마음에 큰 충격을 준다. 감염되면 죽지 않을까하는 공포와 소중한 사람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 대면접촉이 줄어들면서 우울감에 빠지기는 쉽지만, 빠져나갈 방법을 찾기는 어렵다. 실제 국내 통계를 보면, 코로나 장기화로 우울증 유병률은 무려 5배가 높아졌다.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은 우울 위험군에 속하고,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40%가 증가했다. 우울증의 초기 증상은 그저 울적하고 재미를 느꼈던 일에 흥미가 떨어지는 정도지만, 증상이 길어지면 쉽게 무기력해지고 피곤을 느끼고 폭식을 하거나 심지어 자해를 하는 행위도 늘어난다.


그렇다면, 코로나 블루는 직장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의 경우, 9/11 사태 이후, 미국 전 직장에서 직장인들은 불안감과 피로감을 호소했고 결근율은 높아졌다(Byron & Peterson, 2002).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국내 기업 303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코로나 장기화로 우울감을 겪는 직원은 전체 직원 중 34.5%로 집계됐으며, 응답기업의 34%는 직원들의 코로나 블루 관리활동을 현재 하고 있거나, 계획 중이라고 응답했다.


코로나는 직장인에게도 분명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가 창의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대개 죽음의 공포는 창의성에 부정적이다. 부정적 사고는 시야를 좁게 만들고, 생각의 폭도 좁아지게 한다. 초보 운전자는 운전이 공포의 대상이다. 이들이 운전을 하며 시선을 멀리 두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시야 뿐 아니라, 생각의 폭도 좁아지다 보니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능력도 떨어진다. 초보 운전자의 불안감은 운전을 하면서 다양한 각도로 생각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저 운전대를 꽉 쥐고 앞만 보게끔 말이다.


창의적 그룹의 대명사인 예술가들에게도 불안과 공포는 창의성을 앗아간다. 브랜다이스대학교 캐스린 그래디(Katrhryn Graddy) 교수와 프린스턴대학교 칼 리버만(Carl Lieberman) 교수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예술가들은 가까운 친구나 가족의 죽음으로 창조적 작품 활동이 줄거나 작품의 창의성 수준도 떨어졌다.


그런데, 어떻게 코로나 블루가 창의성에 긍정적일 수 있단 말인가?


텍사스대학교 댈러스 조직, 전략, 국제 경영학과 리키 타케우치(Riki Takeuchi) 교수 등의 연구진은 코로나가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일명, 뜨거운 정서 반응(hot affective response)와 차가운 인지 반응(cold cognitive response)다. 뜨거운 정서 반응은 자기 보호/후퇴 반응(self protective/withdrawal response) 일컫는데, 죽음에 대한 공포가 스스로를 보호하게 만들거나 포기하고 물러나게 하는 부정 정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차가운 인지 반응은 자기 초월/생성 반응(self transcendent/generative response)으로, 죽음에 대한 성찰을 통해 삶의 의미와 목적을 숙고하게 하고 죽음 후에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기억할생각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뜨거운 정서 반응은 창의성에 부정적이지만, 차가운 인지 반응은 창의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이들은 미국 내에서 근무 중인 750명의 정규직 직원들을 모집해 미국에서 코로나 유행이 정점을 찍었던 시기였던 2020년 6월 말에서 7월 말까지 4주 간에 걸쳐 매주 한 번씩 뜨거운 정서 반응(Death anxiety)와 차가운 인지 반응(Death reflection), 그리고 창의성(Creativity)을 측정했다. 연구 결과, 죽음에 대한 공포는 초반엔 창의성에 부정적이었으나, 시간이 흐르자 창의성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반면에, 죽음에 대한 성찰은 즉시적으로 창의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으나, 중간엔 별 영향이 없다가 다시 시간이 지나니 창의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죽음에 대한 성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졌다.


출처: Takeuchi, R., Guo, N., Teschner, R. S., & Kautz, J. (2021). Reflecting on death amidst COVID-19 and individual creativity: Cross-lagged panel data analysis using four-wave longitudinal data.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106(8), 1156.


연구 결과종합해 보자. 죽음에 대한 공포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지기 때문에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지만, 죽음에 대한 성찰은 시간이 흘러도 창의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 죽음에 대한 공포는 시간이 지나도 성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창의성에 방해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조직에선 이 연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앞서,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조사했던 자료로 돌아가보자. 코로나 블루를 관리하는 조직이 정서 반응과 인지 반응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확인해 보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정서 반응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수 있다.

물론, 조직에서 코로나 블루를 관리하는 목적이 창의성 증진이 아님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듯, 정서 반응 뿐 아니라 인지 반응을 위한 활동을 겸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차가운 인지 반응을 유발하기 위해선 지금 당장이 아니라 멀리 보는 생각을 하거나,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돕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면, 코로나 극복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사내 게시판 등을 활용해 서로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고 받는 활동을 계획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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