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재앙인가, 기회인가? 팬데믹의 끝자락에 와서 우리가 확인한 사실은 코로나는 분명 누군가에겐 기회였고, 다른 누군가에겐 재앙이었다. 그렇다면, 조직 차원에서 보면 어떨까? 코로나를 기회로 만든 조직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최근 이러한 주제를 다룬 연구가 있어 소개한다.
켄터키대학교 경영학과 후이웬 리앤(Huiwen Lian) 교수 등의 연구진은 팬데믹이 조직 정체성과 성과에 미치는 경로를 확인하고자 했다. 중국 내 제조 회사의 생산직군 462명을 대상으로 2년 여의 팬데믹 기간 동안 자료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코로나가 조직 정체성과 성과에 부정적 영향 만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 이유는 팬데믹으로 인해 고용 불안을 느끼는 것은 정체성과 성과에 부정적이었지만,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한 인식은 정체성과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관련 연구 결과를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최신호에 Disaster or Opportunity? How COVID-19-Associated Changes in Environmental Uncertainty and Job Insecurity Relate to Organizational Identification and Performance 제목으로 게재했다.
이들이 연구하고 검증한 모형은 아래와 같다.
모형을 쉽게 설명하자면, 코로나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외부 위협과 내부 위협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내부 위협은 고용 불안정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 많은 조직이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 등의 절차로 인원을 줄이거나 근무 시간을 단축해서 인건비를 줄이는 고통을 겪었다. 고용 불안정성은 조직 정체성을 크게 약화시킨다. 얼마나 일할 지 모르는 조직에 일체감을 갖고 충성심을 느끼며 몰입하기는 힘든 일이다. 그래서 고용 불안정성은 성과에 가장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다.
반면에 코로나로 인한 외부 위협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조직에서 어느정도 통제할 수만 있다면 조직 정체성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사회 정체성 이론에 따르면, 외부 위협은 공동 운명체라는 소속감을 만들고 우리는 하나라는 일체감을 들게 한다. 고 노회찬 의원이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일본과도 손잡아야 한다고 했던 말을 생각하면 사회 정체성 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현명한 조직이라면 고용 불안정성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 외부 위협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방안을 실행함으로써 코로나를 기회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외부 위협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조직의 리더는 코로나가 구성원들을 불안하게 하고 부정적 반응만을 야기하지 않고 조직 정체성과 성과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사실을 알아야 위기 속에서 긍정성을 발견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자들은 외부 위협에 대응방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과 개방성(transparency and openness)이라 말한다. 조직의 리더가 긍정적 시각을 가지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구성원들을 참여시키는 절차를 늘리는 행위가 반드시 필요하다. 해고가 불가피하다고 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고 경영현황에 관한 정보를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절차는 필수적이다. 아울러, 열린 대화(open communication)는 조직 일체감을 높일 것이고, 과거 위기를 극복했던 경험들을 서로 공유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역량(capacity)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