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 나에게 도움이 되는 효과적 팁을 제공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팬심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만한 팁을 제공할 사람을 선택해 보자.
스케이트 뿐만 아니라, 소설을 쓰거나, 바둑을 두거나, 테니스를 치거나,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금융자산에 투자를 하거나, 인간관계에서갈등을 겪거나... 우리는 수많은 상황에서 누군가로부터 조언을 얻고자 한다.
그렇다면, 누가 가장 효과적인 팁을 제공할까?
그 분야의 최고일까? 아님, 나와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일까?
최근 내가 좋아하는 세 분의 교수님이 뭉쳐 이 주제에 관한논문을 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데이비드 레바리(David Levari),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다니엘 길버트(Daniel Gilbert), 버지니아대학교 심리학과 티모시 윌슨(Timothy Wilson) 교수는 8,693명의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어떤 분야의 1등(best performer)이 가장 좋은 조언(best advice)을 하는지 확인했다.
실험 결과, 사람들은 해당 조언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현재 그 사람의 성과가 중요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더 높은 성과를 보일수록 더 좋은 조언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래 그래프처럼, 사람들은 1등이 그 분야의 꼴찌보다는 훨씬 좋은 조언을 줄 것이고, 2등보다는 약간 더 나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출처: Levari, D. E., Gilbert, D. T., & Wilson, T. D. (2022). Tips From the Top: Do the Best Performers Really Give the Best Advice?. Psychological Science.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누구로부터 도움을 받겠냐고 물으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쪽으로 몰렸다. 1등한테만 조언을 구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2등보다는 오히려 나와 비슷한 레벨의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겠다고 선택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 적어도 코칭 혹은 멘토링으로 불리우는 교육 시장에선 1등 독식 체계가 이렇게 구축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1등의 코칭도 역시 최고였을까?
우선, 코칭을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자신의 성과가 좋을수록 자신의 조언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반면, 실제 코칭을 받는 사람들 입장은 어땠을까? 코칭을 받고 개선된 정도를 따져보면 누구의 조언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성을 보이지 못했다. 1등의 비법이나, 꼴찌의 반면교사나 코칭을 받는 사람의 개선 정도엔 차이가 없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점은 실제 결과와 달리 코칭을 받은 사람들은 1등이 더 좋은 조언을 해준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개선 정도엔 차이가 없음에도 1등한테 더 좋은 조언을 얻었다고 믿는 까닭은 도대체 무엇일까?
연구자들은 그 비밀을 찾아냈다. 1등은 말이 많았다. 다시 말해, 1등의 조언의 양은 다른 그룹에 비해 월등히 앞섰다. 결국, 사람들은 1등으로부터 여러 얘기를 들은 것을 좋은 조언으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당신이 만약 그 분야의 최고라 생각한다면 친절하게 요모조모 다양한 조언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조언을 받은 사람은 실제 도움 여부와는 상관없이 큰 도움이 됐다고 믿을 것이다. TV나 유튜브 등의 매체를 보면 해당 분야의 최고가 가장 많은 영상과 자료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그들은 이 비밀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불친절한 최고는 사람들에게 좋은 조언자라는 인식을 결코 주지 못한다. 1등은 반드시 친절해야 해당 시장에서 오래오래 영광을 취할 수 있다.
실험 결과가 증명하듯, 세상이 1등만을 원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공정하다. 그 분야의 최고라고해서 최고의 코치는 아니기 때문이다.연구를 보면, 2등이 가장 안타깝다. 2등의 위치만큼 세상은 2등을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의 2등들은 양이 아닌 질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2등부터는 진짜 유효한 팁을 제공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