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피터 드러커의 MBO(Management By Objectives, 목표에 의한 관리)를 통해 널리 알려진 SMART한 목표 설정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친숙하겠지만 SMART 목표설정이란 Specific(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가 모호한 목표보다 행동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해 준다), Measurable(목표 달성에 대한 진척을 판단하기 위해 숫자로 구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Achievable(쉬운 목표보다 다소 어려운 목표가 문제해결에 더 많은 노력을 투입하는 동기를 유발한다), Relevant(목표가 상위의 궁극적 목적과 관련성이 높을수록 목표에 더 몰입할 수 있다) ,Time-bounded(시간 제한을 두는 것이 구체적 전략과 자원을 적절히 분배하도록 한다)의 앞자를 따서 S-M-A-R-T라고 개념화한 것이다.
실제 많은 조직에서 운영하는 목표관리 시스템에선 SMART를 체계화하여 KPI(Key Performance Index, 핵심 성과 지표) 설정에 반영하고 있다.하지만 SMART한 목표설정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세 가지 문제점만 짚어 보자. 가장 큰 문제점은 MBO에선 목표 설정이 Top-down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해당 목표가 일방적인 방식으로 하달될 경우, 압박감을 느낀 개인이 자율적으로 몰입하기 매우 힘들다는 데 있다. 다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창의성과 몰입이 필요한 과제를 수행하는 데 MBO식 목표 설정이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실제, 여러 실증 연구에서 SMART 목표설정은 흥미가 떨어지고 단순한 과제에서는 효과적이었지만, 복잡하고 창의성을 요하는 과제에선 목표 설정의 효과성이 매우 낮았다. 마지막으로, 목표 자체가 특정 방향으로 주의와 행동을 집중하게 만들기 때문에 목표와 직접 관련성이 없는 긍정적 행위를 제한한다는 데 있다. 리더 역시 시간 제한이 있는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목표 달성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관점이 좁아져 부정적인 방식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쉽다.
그렇다고 나는 SMART한 목표설정을 폐기하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앞서 열거한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목표 관리에서 목표 설정의 중요성은 매우 분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나는 목표 설정에 있어 SMART의 폐기가 아니라, 조직의 리더가 목표 관리 장면에서 GUESS 스킬로 SMART의 단점을 보완하고 동기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목표 설정에 GUESS를 더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GUESS는 Goal-Uplift-Expect-Suggest-Support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조어다.
Goal은 목표를 의미한다. 여기서 목표는 SMART한 목표일 수도 있고,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에서 파생된 목표일 수도 있으며, 자기개발계획에서 수립된 목표일 수도 있다. 어떤 목표라도 리더와 구성원 간에 서로 합의된 목표라면 유효하다.
Uplift는 구성원이 스스로에 대해 긍정적 감정을 느끼며 고양되는 것을 말한다. 심리학에선 목표 달성 과정에서 자기 긍정(self-affirmation)의 효과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자기 긍정이란 자신의 좋은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긍정적인 특징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고 방식이다.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연구에서 심리학자들은 금연을 결심한 흡연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겐 “어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세요?”라는 의견을 물었고, 다른 그룹에겐 “안 좋은 일을 겪은 사람을 도우려고 노력한 적이 있습니까?”와 같은 자신을 긍정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질문을 던졌다. 이후, 연구자들은 이들 모두를 대상으로 금연 프로그램을 안내했는데 연구 결과, 자기 긍정 그룹에 속한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겠다는 의지를 더 강하게 보였고, 금연 방법을 알아보는 비율도 높았다(Armitage, Christopher J., et al. "Self-affirmation increases acceptance of health-risk information among UK adult smokers with low socioeconomic status." Psychology of Addictive Behaviors 22.1 (2008): 88.). 자기 긍정은 목표 몰입과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을 자발적으로 탐색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pect는 리더가 구성원에게 갖는 기대를 뜻한다. 구성원 스스로가 자기 긍정의 마인드셋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것과 더불어 리더는 구성원에게 긍정적 기대를 보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목표 몰입의 상승효과가 배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대의 힘은 목표 관리 초반에 효과적이다. 이후에는 효과가 급감한다. 누구나 새로운 목표가 설정되고 실행될 때 기대감을 갖기 마련인데, 이 시점에 맞춰 리더가 거는 기대는 동기를 증폭시킨다. 소위 말해, 새로운 시작 효과(fresh start effect)가 발현된다. 헬스 클럽은 연초에 연간 고객의 1/2을 확보하지 못하면 1년을 버티기 힘들다. 사람들은 연초라는 시점에 맞춰 운동을 새롭게 시작하려 들기 때문에 그 시점에 고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은 연중에 여러 이벤트로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리더의 기대 효과는 실행 시점과 겹쳐야 효과적이다.
Suggest는 방향제시(Suggest direction of impovement)를 의미한다. 목표가 설정되고 자기 긍정과 기대의 동기부여가 되었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행동 계획이 확보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은 요원하다. 구성원이 해야 할 일(to-do list)를 확인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해 실행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가장 불안하다. 불안을 느끼면 부정적 감정이 증폭되며 애써 확보된 긍정적 감정과 기대조차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따라서 행동 선택의 폭을 좁히고 즉시 실행할 수 있어야 확보된 긍정 기대 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 Support는 구성원이 불필요한 걱정에 매달리지 않고 목표 달성 행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걱정(worry)과 불안(anxiety)의 심리적 기제는 다르다. 걱정은 전전두피질에서 잠재적 문제에 관해 생각하는 것이고, 불안은 변연계에서 잠재적 문제를 느끼는 것이다. 걱정은 주로 생각을 기반으로 하고 불안은 심박수나 떨림과 같은 신체 감각과 더 연관성이 크다. 걱정과 불안이 늘 나쁜 것만은 아니다. 걱정을 해야 맨처음 떠오른 섣부른 답을 선택하지 않고 다시 생각하기가 가능하며, 불안한 감정이 있어야 위험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앞서 Suggest가 불안을 잠재우는 방식이라면, Support는 리더가 걱정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Support는 목표 실행 과정에서 자원 지원과 권한 위임에 관한 내용도 포함하지만, 무엇보다 리더가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계획을 세워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한 마디로 목표 실행 과정에서 구성원의 걱정이 무엇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해결하는 것을 넘어서 리더 스스로 최악의 경우의 수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목표 달성의 결정적 위험 요인이 발견된다면 목표를 재설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나는 목표 관리 과정에서 MBO나 OKR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MBO나 OKR은 주로 인지적 목표만 다루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동기적 요인인 GUESS가 보완되어야 원활한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GUESS는 비단 조직 목표 달성 과정에서만 필요한 스킬은 아니다. 학업 성취와 같은 장면에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심리학과 데이빗 예거(David Yeager) 교수 등의 연구진은 앞서 언급한 GUESS 형태의 목표 관리 및 피드백 방식을 교사가 택했을 때, 학생들이 교사를 더욱 신뢰하고 더 높은 수준의 동기가 유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효과는 성적이 낮았던 흑인 학생들의 경우 더 높게 나타났다(Yeager, David Scott, et al. "Breaking the cycle of mistrust: Wise interventions to provide critical feedback across the racial divide."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43.2 (2014): 804.).
나는 조직의 리더가 목표를 떠올릴 때, 연관어처럼 GUESS를 동시에 상기할 수 있다면 목표 달성에 크게 유리할 것으로 믿는다. 이제는 SMART만으로 목표설정과 동기부여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버리자. 그리고 과감히 GUESS를 실행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