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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잉제이 Dec 06. 2019

외로움은 나의 베스트 프렌드

나같이 외로움을 잘 타는 성향의 인간이 어떻게 해외에서 사는  외국항공사 승무원이 되겠다고 설쳐댔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하긴, 승무원 준비생일 당시에는 무슨 말이 귀에 들어왔겠는가. '고려항공'이라도 격시켜주면 땡큐라 했으니 말 다했다. 물론 진심은 아니지만...



승무원은 외로운 직업이다. 해외에 거주하면서 일을 해야 하는 외항사 승무원인 경우에는 외로울 일이 더 많다. 특히나 E 항공사는 개인마다 스케줄이 다르다. 이는 매 비행마다 일하는 동료가 새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뜻한다. 이제 좀 손발이 맞아가나 싶으면 비행이 끝나 있고, 이제 좀 정드나 싶으면 또 비행이 끝나 버렸다. 매일 낯선  향해 가고 낯선 동료들과 일하며  낯선 승객들 응대한다. 가끔 비행기 안에서 일하다가 나 홀로 다른 차원의 공간에 있는듯한 느낌을 받은 적도 있다.  

레이오버 비행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루들과 어울리는 시간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나 혼자 을 먹고, 나 혼자 을 걷고, 나 혼자 TV를 보고 그랬다.



마음에 맞는 외국인 크루가 가끔 있다 해도 마음이 온전히 나눠지지는 않았다. 수다는 찰진 한국말로 떠들어야 제  아닌가. 영어로 떠는 수다는 진정한 수다가 아니다. 그것으로는 나의 세한 감정까지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지. 영어로 말하면 나의 감정이 심플해지는 느낌이다. 랬으니 외국 크루들과 수다를 떨어도 미가 없었다.



간혹 비행에서 한국인 승객을 만나면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다. 괜히 말 걸고 싶고, 땅콩이라도 몇 개 더 드리고 싶고, 수다 떨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비행에 한국인 크루가 있는 날에는 마음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망망대해 위의 작은 보트 안에서 혼자 노를 젓다가 같이 누군가가 생긴 느낌이랄까.






비행이 끝난  날이나 쉬는 날에는 약속을 만들어서 친구들을 만났다. 누군가가 필요했다. 속이 없날에는 하루 종일 휴대폰을 붙잡고 메신저 속의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다.  공허한 수다를 떨고 나면 외로움이 조금 가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나의 성향과 반대되는 나의 플랫 메이트 언니가 있었다. 그녀는 혼자만의 시간을 매우 즐겁고 충만하게 보내곤 했. 누군가를 애타게 찾지도, 하루 종일 휴대폰에 목메어 있지도 않았다. 나는 늘 그 점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어느 날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언니는 계속 집에 혼자 있으면 안 심심해?
 안 외로워?


아니. 전혀.


신기하다.
나는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너무 외롭던데.


집에서도 할거 많잖아. 뜨개질도 하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난 집에  있으면 바빠.
하나도 안 외로워


 할게 많아도 혼자 하면 외롭던데?



혼자 잘 설 수 있어야지 누군가와도 같이 설 수 있어. 자꾸 외롭다고 다른 사람한테 기대도 외로움이 없어지지 않아.
혼자서도 잘 살고 행복해져야 돼.
그래야 나중에 둘이 돼도 행복할 수 있지.




실 잘 생각해보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성격이었다. 승무원을 하면서 나의 그런 성향을 더욱 확인하게 됐을 뿐이다. 승무원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를 하며 새로운 가족이 생겨난 지금도 나는 꾸준히 외롭다. 몇 시간씩 주절대도 잘 들어주는 신랑이 있고 토끼 같은 아들 녀석이 둘이나 있는대도 말이다. 이 외로움은 누군가가 온전히 채워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언니의 조언처럼 나는 혼자서도 잘 서 있어보려고 가끔 노력하고 가끔 좌절한다. 그런데도 아직 그 방법을 잘 몰라서 이제는 그냥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래도 가끔은 신랑에게 기댄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고, 이렇게 혼자 서있 힘들어하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고 나니 예전처럼 감정이 심하게 널뛰지는 않는다. 과거의 나처럼 조급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무작위의 그들에게 기대지 않는다. 조금씩 홀로 서는데 익숙해져 가고 있는 중이다. 로움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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