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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잉제이 Nov 19. 2019

진상 승객은 때때로 좋은 가르침이 된다

진상이 예전에는 좋은 뜻이었다. 지금은?



나이 서른 살. 외국 항공사에 승무원이라는 포지션으로 입사를 했다. 험난했던 7주의 트레이닝 수료하고 일하게 된 곳은 이코노미  객실이었다. 그곳에서 일할 때는 속된 말로 뺑이 치는 경우가 많았다. 여유 좌석 하나 없는 만석의 비행(full flight) 일 경우에는 더욱더 그랬다. 닭처럼 뛰어다니며 시트콤과 같은 들이 시때때로 발생하는 비행기의 안. 이성과 영혼이 분 딱 좋은 시간. 방콕 비행이 나에게는 여러모로 그런 날 중의 하나였다.




방콕으로 가는 만석 비행기 안. 나는 승객들에게


Would you like beef or chicken?


 도 없이 물어 가면서 가열 밀 트레이(Meal Tray)를 나눠주고 있었다.

이거슨 최소 비지니스 식사


그때 누군가가 나의 오른쪽 어깨를 툭툭 쳤다. 뒤쪽에 키가 큰 서양인이 한 명 서 있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당장 저쪽에 같이 가자며 손짓을 했다. 나는 무슨 일이시냐고 물었지만 그는 답하지  막무가내로 무조건 따라오라는 말만 반복다. 응급상황이라도 발생한 걸까. 나는 어쩔 수 없이 밀 카트(meal cart)에 브레이크를 걸어두고 승객을 따라갔다.



그는 별말 없이 자신의 좌석 테이블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엎질러진 물 한 컵과 리모컨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리모컨을 빼서 테이블에 두었는데 그것이 고정되지 않고  다시 말려 들어가면서 물컵을 쳤다고 설명했다. (리얼리?) 그 결과 컵 안의 물이 엎질러진 것이라 덧붙였다. 내가 다시 리모컨을 꺼내 험해 본 결과 그것에는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 승객은 아까는 분명히 고정이 되지 않았제멋대로 감겼다며, 옆의 애인으로 보이는 여성의 호응을 유도했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팔짱을 끼고선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휴지를 드릴까요?



내가 묻자 승객은 어이없다는 표정 었다. 지금 자신의 빤스까지 젖었는데 어떻게 보상할 거냐며 언성 높였다. 나에게 빤스가 젖었다며 불평하는  승객은 처음이었기에, 햇병아리 승무원이었던 나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빤스까지 젖은 당신은 대체...>



그의 요구조건은 이랬다. 갈아입을 옷을 제공하고 자신을 새 좌석으로  옮길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승객에게 당신의 기내 가방에 여벌의 옷은 없냐고 물었다. 승객은 다시 한번 콧방귀를 뀌'있어도 없다'는 표정을 지었. 기내에는 갈아입을 여벌의 옷도 없거니와 자리도 없었다. 그에게 최대한 미안한 표정을 내비치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코노미에 자리가 없으면 비즈니스석을 달라했다. 그날의 비행은 모든 객실이  만석이었기에 비즈니스석에도 빈자리는 하나 없었다. 설령 좌석이 있었다 할지라도 승객의 부주의로 일어난 사소한 사고로는 비즈니스의 좌석을 제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를 이처럼 노려 보았다.


뭣이 미안한지도 모르고 나는 sorry를 외다. 그리고 성이 잔뜩 난 그에게 시트커버를 가져다줄 테니 진정하라고 애원했다. 런 쪼그라든 내 마음도 모른 채 그는 나 상당히 공격적인 태도로 일관했. 그 와중에  밥을 기다리는 수많은 승객들신경 쓰였다. 제까지고 이 승객과 시간을 소비할 수는 없었기에, 부사무장과 바통터치를 하고 서비스를 이어 나갔다. 일을 끝내고 정리하는 동안에도 그 승객과 부사무장의 실랑이는 계속되었다.



자신의 모든 요구 조건이 한 개도 통하지 않자 승객은 마지막 드를 꺼내 들었다.


너네 기장 이름이랑 사번 적어와!



자신의 친구들이 항공업계의 고위직에 많이 포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내 지인이 말이야는 만국 공용 표현인가 보다> 우리는 기장에게 이 사실을 전했고, 그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자신의 이름과 사번을 열 번이고 백번이고 기꺼이 적어 주라고 했다. 그렇게 기장의 정보를 종이에 적어서 문제의 승객에게 넘기면서 '리모컨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그 승객은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갈아입을 옷도. 비즈니스의 좌석도. 하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여자 친구에게 본인 잘 나가는 친구들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면서 자존심을 지켰다. 그것이 사실인지 어쩐지는 알 길이 없지만 말이다.





나는 이 에피소드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다. 객은 실로 다양하다는 것. 처음 그 승객의 요구를 들었을 때 어이가 없었고, 그의 막무가내가 도를 지나치자 '진상'이라고만 생각했다.  기준에 승객은 항상 원들에게 매너를 지켜야 고, 무례하게 굴면 안 됐다. 




승객은 항상 나이스 해야 하는가?
아니. 그렇지 않다.



그들 나이스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언제든지 우리에게 화를 낼 수도 있고 불만을 얘기할 수도 있고 틀린 이야기도 할 수도 있다. 이런저런 다양한 사람들이 다 나의 승객들이다.


승무원의 비스란 양한 국적의 든 이들을 포용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한다. 내 기준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들을 비행기 밖으로 쫓아내기라도 할 것인가? 아니면 투명인간 취급을 할 것인가? 제한된 공간과 시간에서 당면한 과제를 풀어야 할 사람들은 바로 승무원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서비스는 늘 긴박하고 생동감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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