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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잉제이 Nov 25. 2019

기내 좌석 막 뒤로 젖히지 마세요

비행기 좌석 뒤로 젖혀 말어?

몇 년 전 타 항공사 승무원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이코노미 객실의 한 승객이 자리를 뒤로 확 젖혔다. 뒤에 앉아있던 승객은 이 느닷없음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뒷자리의 승객은 앞자리의 승객에게 정중히 요구했다. 의자를 앞으로 당겨달라고. 앞자리 승객은 왜 그래야 하냐고 반문했다. 뒷자리 승객은 내가 너무 불편해서 그렇다고 이야기했고 앞 승객은 다시 한번 거절했다. 뒷자리 승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앞자리 승객을 마주 보고 냅다 머리채를 휘어잡고 당겼다. 부지불식간에 머리를 뜯긴 앞자리 승객은 허공에 두 팔을 휘저으며 소리를 질렀다. 주변의 승객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콜벨을 눌렀다. 그 소리에 승무원들이 달려왔다.


 기내 복도를 총총거리며 지나다니다 보면 가끔 등 뒤에서 저기요라고 나를 부르는 희미한 목소리가 들린다. 어떻게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어보면 이런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속닥속닥) 앞사람한테 자리 좀 당겨달라고 대신 말해 주실래요?



이런 경우 참 난감하다.  불편해서 도움을 요청했다는 걸 잘 알지만,  대답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불편하시면 승객님도 자리를 젖히시는 게 어떠세요?



라고 이야기하면서 앞자리 승객에게 그들의 요구를 전달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다. 상당수의 승객이 네,그럴게요라고 답하면서 미간을 찌푸린다. 혹 어떤 승객은 아니요. 저는 젖히기 싫은데요라며 내 제안을 단칼에 거절한다.



이코노미는 다른 객실과는 달리 여유공간이 매우 협소하다. 키가 크거나 체격이 좋은 승객들은 아마도 자신의 몸을 억지로 구겨 넣는듯한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앞좌석의 누군가가 자리까지 젖힌다면  그 기분은 필시 자리에 포박된 느낌 이리라. 그 느낌적인 느낌 나도 안다.




하지만 앞 승객에게 자리 좀 앞으로 당기세요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대답은

일단 '아니요' 그리고 '네'이다.




비행기의 의자는 본디 태생이 젖혀지도록 설계되어있다. 이 말인즉슨, 젖히고 싶음 마음껏 젖혀대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앞자리 승객에게 거참 의자 좀 똑바로 하지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젖히라고 만든 거 젖히겠다는 게 누가 뭐라 할 것인가> 납득이 죽어도 안 되는 분들은 에어버스나 보잉 비행기 설계자를 고소하기 바란다.



단 예외는 있다. 



비행기가 이, 착륙하는 시점 식사시간이다. 이, 착륙할 때는 안전상의 이유로 좌석을 제자리(upright position)로 해 놓아야 한다. 또한 식사시간에는 앞에 붙은 좌석 테이블을 꺼내서 식사 쟁반을 두고 먹어야 하기 때문에 이 시간만큼은 좌석을 젖히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 식사 서비스에 나오는 기내 방송을 잘 들어보면, 좌석을 원위치로 돌려달라고 말하는 승무원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승무원이 되기 전의 일이다. 이코노미석에 앉아서 코미디 영화를 보고 있었다. 시원한 하이네켄 맥주를 마시며 낄낄대고 있었는데 앞자리의 승객이 의자를 있는 힘껏 뒤로 젖혔다. 단전으로부터 깊은 빡침 치고 올라왔다. 이블 위의 맥주컵이 엎질러졌기 때문이었다.



좌석을 젖히고 싶을 때는 제발 뒷자리 승객이 뭘 하고 있는지 대충이라도 확인하자. 뒷자리 사람이 모니터에 얼굴을 들이대고 있을지, 와인이 담긴 컵을 위태위태하게 테이블에 올려 두었을지 모를 일이다. 의자를 젖히는 것이 권리라고는 하지만, 배려도 생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자리를 젖히면  뒤의 누군가는 불편해지니 그 정도 배려는 는것이 마땅하다. 다 같이 큰돈 지불하고 타는 비행기 아닌가. 작은 에티켓이 모두에게 편안한 시간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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