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미국 비행에서 일어난 일
-지난달에 인도 비행 콜식(call sick) 한 거 회사에서 이런 식으로 다시 되갚는 건가?
-너 혹시 블랙리스트에 이름 올라가 있는 거 아니지?
-폭탄을 제대로 맞았네. 불쌍해서 어쩌냐. 하나는 콜식 때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청바지 뒷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지갑을 빼놨다. 큰일 볼 때 불편하니까. 자리로 돌아와 한참 뒤에 지갑을 화장실에 두고 나왔다는 게 기억났다. 다시 화장실에 들어가 보았지만 지갑은 보이지 않았다. 지갑을 찾아달라. 지갑 안에 1200달러와 신분증, 운전 면허증, 신용카드도 여러 장 있다.
나는 장갑이 없어서 휴지통 안을 못 들여다봤어!
넌 장갑도 있고
승무원이니까 네가 한번 찾아봐줘.
아니야. 그냥 내가 하게. 난 나이스 한 승무원이잖아.(찡긋)
지갑 안이 텅 비었잖아!
전 아닙니다. 방금 지갑 찾아서 바로 드렸잖아요?
내가 화장실에서 나오고 난 뒤에 한 세명 정도가 더 들어갔을 거야. 그중에 하나가 얼굴은 기억 안 나지만 저쪽 즈음에 앉았어. 가서 한번 물어봐!
네에??
(제가 가서 뭐라고 물어봐야 할까요?)
할 수 없지 뭐
네에?
휴지통도 찾아봐주고, 노력을 한건 잘한 일이야. 근데 더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다른 승객들 불심검문을 할 거야 어쩔 거야. 이따가 내가 지상으로 전화해서 그 승객 도와주라고 말해둘게. 승객 좌석번호는 알려주고 가.
내가 한번 얼굴은 보고 얘기할게.
내가 미국 시민권자야. 인도는 38년 전에 떠났지. 당시에 인도라는 나라랑 인도 사람들한테 아주 질렸었거든. 근데 인도는 아직도 하나도 안 변했어. 지겹다. 지겨워. 돈만 빼가지 남의 신분증이랑 운전면허증은 도대체 왜 훔쳐가는 거냐고!
승객 여러분께 안내 말씀드립니다. 지금 기내에서 도난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화장실에서 지갑의 돈과 카드를 훔쳐가신 승객님께서는 속히 가까운 승무원에게 자수해주시기 바랍니다. 시카고 공항에 도착하면 대기 경찰들이 한분 한분 검문을 할 예정입니다. 돈을 훔쳐가신 승객께서는 미국 감옥에 구금될 수도 있음을 알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