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이 쌓일수록,
나는 점점 조심스러워졌다.

by 광고하는 사람




예전의 나는 일을 시작할 때 망설임이 적었다.
일단 해보자는 쪽이었고,
부딪히면서 배우면 된다고 믿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았고,

조금 모자라도 속도로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용기는
대단해서라기보다는
잃을 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경험이 없다는 건,
실패에 대한 기억도 없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경력이 쌓이면서
나는 점점 조심스러워졌다.


이제는 결과를 대충 상상할 수 있고,
이 선택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도 어느 정도는 그려진다.
그래서 시작하기 전부터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시뮬레이션을 돌리게 된다.


‘이 방향이 맞을까?’

‘괜히 일을 키우는 건 아닐까?’
‘이 선택이 나를 더 어렵게 만들진 않을까?’


이 조심스러움은
게으름에서 온 것도 아니고,
열정이 사라져서 생긴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경험이 쌓이면서 책임이 함께 따라왔고,
그 책임이 선택을 무겁게 만들었다.


예전에는
실패해도 “경험 삼아”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실패 하나가 나만의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함께 일하는 사람,
연결된 일정,
쌓아온 신뢰까지 같이 떠오른다.


그래서 나는
점점 더 신중해졌고,
점점 더 말을 아끼게 되었고,
점점 더 한 발 늦게 움직이게 되었다.


가끔은
이 조심스러움이
나를 멈추게 하는 것 같아 불안해진다.

예전 같았으면 이미 시작했을 일을

지금은 계속 재고 있는 나를 보면서.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다.

이건 퇴보라기보다는
형태가 바뀐 성장에 가깝다는 걸.


예전의 용기가
앞만 보고 달리는 힘이었다면,
지금의 조심스러움은
멀리까지 보고 움직이려는 태도에 가깝다.


다만 문제는,
이 변화에 내가 아직 완전히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빠르게 움직이던 사람에게속도를 조절하는 법은 생각보다 어렵다.

멈추는 것과 조절하는 것의 차이를 헷갈리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나는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다.


“이건 겁이 나서 멈춘 걸까,
아니면 책임을 고려한 선택일까?”


그 질문에 바로 답이 나오지 않을 때도 많다.
하지만 예전처럼 무조건 밀어붙이지 않는 대신,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조금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경력이 쌓일수록
나는 점점 조심스러워졌다.

하지만 그 조심스러움이
나를 작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다만,
조금 더 오래 가기 위한 방식으로
나를 바꾸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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