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들보 일꾼인가, 주춧돌 일꾼인가
땅에 묻혀서 주춧돌이 되어라
한림대학교와 한림대학교의료원의 설립자 일송 윤덕선 박사님의 좌우명이 큰 울림을 준다. 한강성심병원 로비에서 만난 문구이다.
대들보는 가옥 구조물의 중심 뼈대로 지붕을 떠받치기 위해 기둥과 기둥 사이에 건너지른 보이다. 지붕을 포함한 상부의 무게를 받고 다른 보를 지탱해야 하므로 가장 굵은 자재를 사용한다. 그래서 옛 조상들은 집안의 가장을 대들보로 비유했다.
"대들보가 무너지면 집안이 망한다"
"대들보가 무너지면 사람이 다친다"
"대들보 빠진 집채"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대들보가 되기를 바란다. 회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눈에 띄고, 대우받은 자리를 선망한다. 신입 일꾼은 대들보를 꿈꾸고, 열정 일꾼은 대들보가 되기 위해 실력을 쌓는다. 숙련 일꾼, 스타 일꾼으로 성장하여 대들보 역할을 하며 빛나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빛나던 시기가 지나 회사와 한 걸음 멀어지자 대들보가 아닌 한옥 한 채가 보인다. 한옥은 주춧돌, 대청, 처마, 대들보, 용마루, 추녀, 서까래로 이루어진 구조다.
한옥 아래 흙에 묻힌 단단하고 반듯한 돌이 보인다. 주춧돌이다. 기둥을 받치는 초석으로 건물의 하중을 감당하는 역할을 한다. 무거운 건물 전체를 떠 받고 있는 땅 속에 묻힌 주춧돌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주춧돌은 한옥을 짓는 시작이며, 한옥 전체를 떠 받치고 있음을 간과하고 대들보가 제일이라 여긴다.
회사와 한 걸음 멀어져 대들보를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을 뒤돌아본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 대들보가 아닌 주춧돌로서의 하루를 맞이한다. 대들보가 아니면 어떠하리. 주춧돌이 없이는 건물이 서 있을 수 조차 없는 것을.
혹시 성과를 인정받지 못해 아쉬운가? 앞서가는 동기, 후배가 부러운가? 모두가 대들보일 필요는 없다. 빛나는 대들보도 중요하지만, 주춧돌이 더 중요하다. 회사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주춧돌을 만드는 진한 하루를 기약한다.
주춧돌 노릇은 마다하고
대들보 역할만 하려 한다면
어찌 올바로 설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