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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 취하다 Feb 13. 2024

낭중지추, 칭찬이자 독이 든 성배

사자성어로 돌아본 직장 20년, 앞으로 20년

낭중지추 (囊中之錐)

주머니 속에 송곳
※ 재능(才能)이 빼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드러난다


 낭중지추. 나에게는 양날의 칼이었다.

 재능이란 일꾼이 갖추어야 할 능력이기도 하지만, 남의 눈에 드러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처럼 회사에서 눈에 띄거나 자기 의견이 분명하면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 쉽다.


 입사하여 낭중지추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신입 시절 홀로 울산으로 2주간 현장 실습을 가게 되었다. 울산 현장은 평균 나이가 40대 중반으로 젊은 직원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혼자이기에 더욱 두려움이 앞섰다. 회사 소속이 달라 처음에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셨으나, 3일 차가 되자 궁금한 것이 많은 의욕 넘치는 신입 사원을 후배처럼 맞아주셨다. 현장 실습이 끝나갈 무렵 관리 과장님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조언했다.

  "너는 주머니 속의 송곳 같다. 재능이 있어. 그 송곳이 네 허벅지를 찌를 수도 있으니 늘 주의하거라. 네가 드러내려 노력하지 않아도 재능이 드러날 거야."

 입사 2개월 차라 잘하고 싶은 의욕, 잘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이 회사에서 임원에 되겠다는 꿈이 있던 시절이라 그 마음을 읽으셨던 건 아니었을까?


 낭중지추.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 입사 초기여서 잘 적응하고 있는지, 적성에 맞을지 걱정하던 차에 이 말은 크나큰 위로와 칭찬으로 다가왔다.

  '나에게 큰 잠재력이 있구나. 재능이 있구나."

  

 낭중지추를 가슴에 새기며 현업으로 복귀하였다. 어려운 상황이 있을 때마다 낭중지추를 떠올리며 힘을 내었다. 나에게 재능이 있었던 것인지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남들보다 앞서 공채 첫 최연소 팀장이 되었다. 내 재능만을 믿고 자만과 오만에 빠져 거침없이 일했다. 주위의 경계하는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다.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꽃길만 걸을 것 같았던 회사생활도 전환점을 맞이했다. 나에게도 시련의 시기가 왔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더니 주위의 경계와 질투, 나의 오만은 15년 공든 탑을 한순간에 무너트렸다. 그 순간 신입시절 낭중지추를 말해주던 관리 과장님의 걱정스러운 눈빛이 떠올랐다. 나의 재능을 어여삐 보시고 스스로를 경계하여 재능을 오래도록 발휘하기를 조언했던 말이었다. 주머니 속 송곳에 허벅지가 깊게 찔리고 나서야 낭중지추의 새로운 의미를 깨닫는다.


[낭중지추_직장인 해설]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는가?
 남들보다 빠른 진급을 하였는가?
 거침없이 일에 집중하고 있는가?

 뽐내지 않더라도 능력 있는 자는 반드시 남의 눈에 드러나게 되어 있다. 재능이 넘친다면 두 가지 손을 꼭 부여잡자. 바로 겸손과 공손이다. 일손을 충분히 가지고 있으니, 손에서 일을 잠시 내려놓고 왼손에는 겸손을, 오른손에는 공손을 꼬옥 쥐고 하루를 돌아보기를. 그리고 내일을 새롭게 맞이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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