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감래.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온다고? 농경시대나 1, 2차 산업화시대에나 어울리는 고사성어라 여겼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과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해야 한다. 숨은 역군은 고생만 하다가 빛을 보지 못한 채 인생을 마무리한다.
고생 끝에 남는 건 지친 몸과 마음 뿐
힘든 일을 묵묵히 하는 일꾼, 남들이 꺼리는 일을 도맡아 하는 동료를 보며 속으로 비웃었다. 오히려 그들을 이용하려 했다. 그러고는 눈에 띄는 일을 하려고 애썼다. 나의 전략은 유효하여 상사로부터 인정받으며 정시 진급에 이어 사내강사, 우수사원, 특진, 공채 첫 팀장을 하며 거침없이 앞서갔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인생사 새옹지마임을.
흥진비래 (興盡非來)
즐거운 일이 다하면 슬픈 일이 닥쳐온다. ※ 세상일은 순환되는 것임을 이르는 말
인생의 고속도로, 아니 활주로가 펼쳐져 있는 듯하였으나, 기다리는 것은 급격한 내리막길이었다. 차곡히 한 땀 한 땀 쌓아왔던 공든 탑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흥진비래. 즐거운 일이 다하면 슬픈 일이 닥치듯 달콤한 타이틀과 성과는 다하고 역경이 몰려왔다.
역경에 헤매는 동안, 묵묵히 일하며 빛보지 못했던 동료들이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고는 뒤늦게 인정받으며 팀장, 실장 보직을 맡는다.
고생 끝에 언젠가는 빛나더라
순간의 앞서감이, 남보다 빨리 빛나는 것은 인생 타임 테이블에서 볼 때는 차이가 아님을 깨닫는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데도 묵묵히 일하는 것은 의미 없는 노동이라 여겼지만, 기다림 끝에 고진감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본다. 조금 앞서감에 도취되고, 눈에 보이지 않은 고생을 피하려 했던 지난날을 뒤돌아 본다
[고진감래_직장인 해설]
힘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가? 힘든 일을 인정받지 못하였는가? 어려움 없이 승진하는 동료가 부러운가?
고생 끝에 성과나 인정이 바로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남보다 쉽게 일하며 고생 없이 남보다 빨리 진급하는 동료를 보면 힘들게 일하는 자신이 한심해 보일 때로 있다. 이것은 시간의 문제이다. 결국 고생한 일꾼이 뒤늦게라도 빛을 보게 됨을 경험한다. 운발이던 실력 덕이던 앞서가던 일꾼은 시간이 흘러 역경을 맞이해 한순간 추락하는 경우를 본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더니 한순간 무너져 묵묵히 본인만의 속도로 일하던 일꾼이 앞서감을 본다. 더 오래 회사에서 생존함을 본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고진감래를 새기며 오늘의 고생을 쌓는다. 흥진비래 되새기며 오늘의 즐거움에 취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