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다 ; 회사를 이해하는 필수 동사

동사, 다시 생각하다

by 심 취하다

장수 일꾼, 얌체 일꾼의 꿈 - 살아남다


누군가는 '구차하다', '찌질하다', '저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비난한다

어떤 이는 살아남았음에 안도하며 생존강자의 자부심을 느낀다.


살아남다. 누구냐? 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강자생존인가? 살아남은 자가 강한 생존강자인가?


직장사전 - 살아남다

1. 순간순간 자존심을 버려 위기를 모면하여 살아서 남아 있게 되다.

2. 회사의 소속, 복지 따위가 유지되다.

3. 때론 밀려나기도, 비난받기도, 무시당하기도 하지만 존속하다

*유의어 : 버티다, 인내하다, 내려놓다

국어사전 - 살아남다

1. 여럿 가운데 일부가 죽음을 모면하여 살아서 남아 있게 되다.

2. 어떤 일이나 효력 따위가 유지되다.

3. 어떤 분야에서 밀려나지 않고 존속하다.

*유의어 : 남다, 생존하다, 현존하다



회사 사원번호 앞 2자리는 입사 연도를 의미한다. 공채 일꾼 20년 차. 후배들이 내 사번을 보게 되면 나에게 종종 질문을 한다. '대단하세요. oo 년도에 입사하신 거예요?' 잘 나가던 시절에는 존경의 질문으로 다가왔다. 보직과 권력으로부터 멀어져 있던 시기에는 삼국시대 사번을 가진 유물이 아직도 회사에 남아있냐고 채근하는 것 같아 움츠려 들기도 하였다. 지금은 장수 일꾼, 꼰대 일꾼이 되었지만, 나도 한 때는 스타 일꾼을 꿈꾸던 신입 일꾼, 열정 일꾼, 숙련 일꾼이었단다라고 대답하고 싶다.

신입 일꾼, 열정 일꾼, 숙련 일꾼을 거쳐 만 12년 만에 첫 공채 팀장 타이틀을 달았다. 공채 첫 팀장이라는 상징성으로 공채 후배들에게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 롤모델이 되었다. 기존 팀장 일꾼이나 나이 많은 경력 일꾼들의 시샘을 받기도 하였다. 이 시절 나에게 '살아남다'는 당연한 것이었으며,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라는 강자생존의 마음으로 일에 더 열중하고 더 강해지고자 노력했다. 살아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한 계단 한 계단 위로 얼마나 빨리 올라가느냐가 성공의 기준이라고 생각했다. 빨리 올라가다 보면 당연히 살아남는 거라고. 생존에 집착하는 일꾼은 자신이 없어 핑계를 만들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삶은 공평한 것인 걸까? 고속도로를 끝없이 달릴 것 같던 나에게도 실수와 시련이 왔다. 팀원으로써의 시간을 다시 맞이하며, 강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삶을 이어가는 것, 살아남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스타 일꾼만을 바라보며 달려오던 시절에는 알지 못했던 삶을 음미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하루하루 살아남는 것에 충실하고 있다.


생사에 대해 생각을 하니,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 필생즉사'떠오른다.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으리라. '살아남다'의 고전이다. 회사에서 더 인정받고자, 버티고자 노력하면 분명 눈에 띄어 남보다 빨리 진급을 하거나, 보직을 맡아 인정받을 기회를 많이 얻게 된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회사는 알게 된다. 이 일꾼은 회사에 희생할 마음이 있다는 것을.


다른 이보다 더 어려운 일과 더 많은 일이 부여된다. 살고자 열심히 했으나, 살아남다와 점점 멀어지게 된다. 일에 짓눌려 정신적 신체적 고통으로 회사를 떠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본인이 버틴다면 시간이 지나 이용 가치가 떨어지는 시기가 온다. 회사는 과거의 실적을 모른 채하며 한직으로 보낸다. 잘 나가던 시절을 보낸 일잘러는 남들보다 자존심이 높기에 상처를 받고 스스로 회사를 떠난다. 살아남고자 노력한 이들이 오히려 살아남을 확률이 낮아지게 됨은 아이러니하다.


순간순간 자존심을 버려 위기를 모면하는 것, 때론 밀려나기도, 비난받기고, 무시당하기도 하지만 존속하는 것이 회사에서의 생존비법이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순간의 자존심이 아닌, 나에 대한 자부심이다. 구차하게 살아남았다로 자신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모면하여 아직도 살아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구차함, 비굴함은 평가절하의 대상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살아있다는 자부심이다.




혹시, 인정받던 시절, 업무의 주축이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직장생활의 수명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고 낙담하고 계신가요? 우리가 회사에 다니는 주요 목적은 돈을 받기 위해서죠. 인정을 한 번 받게 되면 인정의 달콤함에 빠져 쉽게 낙담하거나 과욕을 부려 본인을 혹사시키곤 합니다. 살아남아야 당당할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오겠지요? 당당함을 인정받음을 앞에 두지 말고, 살아남아서 당당함과 인정받음을 만들어 나가는 오늘과 내일을 응원드립니다.


살아남다 제1법칙. 인정받으려 하지 말고, 월급을 받아라

살아남다 제2법칙. 살아남으려 하는 자 이용당하다 버려진다

살아남다 제3법칙. 순간의 자존심이 아닌, 생존함의 자부심을 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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