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프로 ; 회사를 이해하는 필수 단어

단어, 다시 생각하다.

by 심 취하다

숙련 일꾼, 팀 에이스를 부르는 애칭 - 박사, 프로


오늘도 일잘러는 온 동네에 소환된다.

애칭은 회사마다 다르다. 박사라 부른다. 프로라 불린다. 에이스로 호칭하기도 한다.

오박사, 김프로! 자료 있지? 이거 뭐야? 도와줘!


박사, 프로. 누구냐? 넌!


누군가에게는 선망의 호칭.

어떤이에게는 벗어나고 싶은 유리벽!


오박사, 김프로님! 일잘러라 행복하신가요?


용어사전

일잘러 : 일을 잘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

박사 : 어떤 일에 정통하거나 숙달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프로 :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그런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

에이스 : 야구에서, 팀의 주전 투수를 이르는 말




숙련 일꾼 오박사는 자재관리 일잘러이다. 입사 후 7년 동안 입출고, 재고관리, 센터 자동화 업무를 수행하며 물류센터장을 거쳐 본사 임원으로 입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회사는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며 전국적으로 물류센터를 오픈하였다. 이번에 오픈하는 경산 센터는 경상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중요한 프로젝트다. 본사에서는 물류센터를 조기 안정화 시킬 인재를 물색한다. 이제 막 결혼한 오박사가 선정되었다. 오박사가 여러 사유로 지방 발령을 거부하였으나, 본사 인사팀에서는 재고관리 전문가인 오박사가 꼭 필요하다며 밀어붙인다.

갑작스러운 근무지 전보 발령으로 주말부부를 해야 하는 상황을 벗어나고자 이직을 결심한다. 오박사는 지난 직장생활이 후회스럽다. '나도 다른 동기들처럼 부서 옮기며 새로운 일을 시도할 걸. 일잘러라는 말에 도취되어 재고관리 업무만 7년. 오박사, '재고관리 전문가 타이틀이 나를 옭아매는 거미줄이 되었구나'


숙련 일꾼 오박사는 수도권에 소재한 아폴로지스틱으로 이직하였다. 지방발령의 빌미가 되었던 재고관리 전문가라는 타이틀 덕분이다. 10% 정도 올라간 임금과 짧아진 통근시간이 만족스럽다. 오박사는 자재관리 일잘러의 끈기와 연륜으로 3년 만에 우수사원으로 선정되며, 새로운 회사에 조기 안착하였다. 이전 회사에서의 아픔을 상기하며, 부서이동을 신청하였다.

결과는 낙방이다. 부서에서는 배신자로 낙인 되었다. 부서이동을 먼저 제안했던 팀 선배에게 찾아간다. 사전에 논의를 하고 신청한 것인데 부서이동이 안 된 이유가 궁금하다. '오박사네 팀장, 실장님의 반대가 너무 심했어, 오박사 빠지면 재고관리 안 된다고. 다른 직원 두 명을 줄 수 있어도 오박사는 절대 안 된다고.' 이번에도 오박사는 자재관리 박사, 에이스, 프로라는 타이틀로 인해 손해를 본다. 언제부터인가 오박사는 박사라는 호칭을 들을 때마다 얼굴이 일그러진다. 벗어나고 싶다. '재고관리 오박사 호칭!'


열정 일꾼 김프로는 기획팀 6년 차 팀 에이스다. 회사동료는 김대리가 아닌 김프로라고 부른다. 김대리는 이 호칭이 참 좋다. '프로라니, 나는 기획팀 일잘러~~~, 내가 없으면 기획팀이 안 돌아가지. 암. 그렇고 말고'. 오늘 아침도 김프로는 열정이 넘친다. 팀장, 실장님은 하루에도 수차례 김프로를 찾는다. 업무 지시할 때 가끔 다른 일꾼들은 싫은 내색을 하지만 김프로는 다르다. 김프로, 김박사, 김에이스라는 호칭만 붙이면 앞장서서 일을 맡는다. 이제 다른 부서에도 소문이 나서 영업팀, 지원팀, 재경팀 모든 일꾼들이 김프로에게 일을 부탁한다.

김프로는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는 달콤함에 빠져 남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한다. 이상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김프로는 점점 늪에 빠지는 기분이 든다. 모두가 프로라고 불러주고 인정해 주는데 일은 더 쌓이고 자신의 업무 실적은 점점 떨어진다. 잦은 야근, 주말 근무로 몸에도 이상 신호가 느껴진다. 김프로, 이대로 괜찮은걸까?



노력으로 이룬 박사, 프로라는 타이틀이 유리창 감옥, 거미줄이 되어 옥죄고 있나요? 박사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고 싶으신가요?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셨다면, 그 분야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살짝 내려놓으시고 유지만 하는 건 어때요. 여분의 에너지는 관련 있는 분야에 재투자하셔서 업무 영역과 인맥을 넓혀 보세요. 조금씩 조금씩 확장하다 보면, 전문가의 이미지에서 T 자형 인재로 더 많은 기회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박사라는 호칭에 고무되어 일에 몰입되어 계시고 있나요?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지만, 혹시 칭찬으로 이용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가끔은 생각해 보아요. No Pain, No Gain 말고 No more Pay, No more Work는 어때요?


박사, 프로, 에이스라는 호칭보다는 본인의 삶에, 인생 전문가, 에이스로 한걸음 다가가는 여러분의 하루를 응원드립니다.


일꾼의 분류 ★

스타 일꾼 : 직장인의 꽃은 임원?

장수 일꾼 : 정년까지 꽉 채우는 실속파

꼰대 일꾼 : 네가 뭘 안다고, 지시형

숙련 일꾼 : 합리적 판단과 경험. 추진형

열정 일꾼 : 인정받고 싶다. 성공추구형

얌체 일꾼 : 나만 아니면 돼. 배짱이형

신입 일꾼 : MZ라 규정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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