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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 취하다 Apr 22. 2024

책임님! 이거 하나 고를 수 있어요?

나를 시험하는 것인가? Quiz인가?

  월요일 오전은  분주하다. 주말을 지나 회사에 적응하여야 하고, 지난주 끝내지 못한 업무와 이번주에 해야 할 업무가 뒤섞여 마음이 바쁘다.

 "책임님!"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든다. 동료가 과자 두 개를 양손에 들고 서 있다. 파란색 바닐라맛 Creme WAFERS. 검은색 초콜릿맛 Creme WAFERS.


책임님. 이거 하나 고를 수 있어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시험대에 오른 듯 당황했다. '할 수 있냐고? 할 수 있지!' 장학 퀴즈쇼의 마지막 문제를 맞히듯 자신 있게 대답했다.

  "바닐라맛!"

  동료는 나에게 바닐라맛 과자를 건네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퀴즈 쇼 우승 상품을 받은 듯 기분이 좋아졌다.

  '아. 동료들에게 과자를 나누어주고 있었구나.'


  다과를 나누는 것은 일상적으로 있던 일이지만 오늘은 봄바람이 살랑이듯 마음을 움직였다. 퀴즈에 정답을 맞혀 상품을 획득한 듯 성취감이 차올랐다. 과자를 받는 부담스러움을 느끼기도 전에 내 손에는 바닐라맛 과자가 들려 있었다.

  과자 하나를 나누어 줄 때도 말 한마디로 이렇게 기분이 다르구나. 표현에 따라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 본다


 과자 드세요.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방법이다. 과자를 사람 수에 맞게 배분 후 나누어 준다. 받는 사람의 취향은 고려하지 않고 신속히 배부를 완수 한다. 나누는 사람도 감정이 없듯이 받는 사람도 감정이 없다.


어떤 과자 드실래요?


  받는 사람의 취향을 물어본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한 뒤에 받는 사람은 선택의 기회가 없어져 불공정한 배분이 되기도 한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게 된다. 선택하지 않은 과자에 미련이 남는다.


 오늘 한 수 배운 대화 비법은 이 모든 단점들을 해소해 주었다.

 퀴즈를 맞히는 듯한 재미와 성취감이 있다. 상대에 대한 배려도 느껴진다. 고를 수 있냐는 도전을 받아들이고 당당히 선택을 하였다. 선택하지 않은 과자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어제 아이와의 대화가 떠오른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는 뭘 먹을지 고민한다. 나는 재촉했다.

  "뭐 먹을 거야? 빨리 골라! 초코맛. 딸기맛? 빨리!"

  이렇게 재촉한다고 시간이 단축되는 것도 아니었다. 아이는 더 주저했고 더 고민했다. 오늘 한 수 배웠으니 퇴근해서 아이와의 대화에서 적용해 봐야겠다.

  "아들, 아이스크림 하나 골라줄 수 있어?"


 선택에 대한 재촉이 아닌,

 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여유

 해 줄 수 있는지 물어보는 지혜를 알려준 후배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다.

 "오늘 한 수 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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