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청소, 설거지, 동생 숙제 도와주기, 빨래 정리하기, 신발 정리 등 일주일 동안 했다는 집안일이 나열되어 있다. 주위를 둘러본다. 여전히 어수선한 듯, 정리된 듯 달라진 것을 모르겠다. 역시 집안일은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아들 녀석의 손길이 닿았다고 하니 더 포근하고 정겨워진 느낌이다.
사인을 하려다 마음을 움직이는 신선한 문구를 발견했다.
◎ 기분 좋게 열심히 함
가사일 목록 옆 스스로 평가란에 4가지 유형이 있다.
◎ 기분 좋게 열심히 함
○ 성실히 함
△ 대충 함
X 못함
우리는 결과만을 평가하는 것에 익숙하다. 기분 좋게 열심히 라니. 너무 신선하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결과 통지서에는 점수 또는 등급만 표시된다. '매우 잘함', '잘함', '보통', '못함', '매우 못함'
인사평가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치열하게 일한다. 경쟁하듯 몰입한다. 기분 따위, 과정 따위 신경 쓸 여력이 없다. 남보다 높은 성과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가 나오면 희비가 엇갈린다. 일꾼에게 아름다운 실패란 없다. 실패한 자는 도태되고, 성공한 자는 앞으로 나가간다.
일꾼으로서의 시간을 돌아본다. 일을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얘기하고는 하지만 일꾼은 주어진 일을 해치우기 바쁘다. 일을 즐길 여유는 없다. 그렇게 하루하루 각자의 일을 하다 한 해 평가를 실시한다. 좋은 평가를 받으면 열정적으로 일한 것이다. 보통의 평가를 받으면 주어진 일을 한 것이다. 나쁜 평가를 받으면 과정이나 기분은 고려되지 않는다. 성과가 저조한 것이다. 과정과 태도도 결과 점수로 좌우되었다. 점수가 좋으면 과정과 태도도 좋다고 여기는 인지편향이 나타난다.
과정과 태도를 반영하는 평가 유형을 도입한다면, 더 인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평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단순히 매우 잘함, 잘함이 아닌, 태도와 과정도 함께 나타낼 수 있다면 창의적인 일꾼, 도전적인 일꾼을 더 많이 육성할 수 있지 않을까?
기존의 평가 방식에서는 결과만이 중시되기에 새로운 일, 창의적인 일은 기피되고는 한다. 될 만한 일에 집중해서 성공을 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새로운 일을 열심히 하다가 실패를 하게 되면 저조한 평가를 받는다. 창의적인 도전을 하다가 실패를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기업은 창의적인 인재, 도전적인 인재가 필요하다며 눈에 불을 켜고 영입에 열중하지만, 실제 평가 체계는 결과만을 중요시하여 회사 내 창의, 도전을 죽이고 있다.
아들의 수행평가 등급처럼 과정과 성과를 함께 고려한다면 미래지향적평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매우 잘함 → 창의적으로 일해 성과 냄
열정적으로 일해 성과 냄
잘함 → 우수한 결과를 냄
창의적으로 일함
열정적으로 일함
보통 → 업무에 충실함
못함 → 노력이 필요함
해야 하는 일을 하던 대로 하게 되면 도태된다. 새로운 일을 하던 대로 하거나, 해야 하는 일을 새로운 방식으로 하면 유지는 할 수 있다. 기업, 일꾼이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일을 새롭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단순히 바로 눈앞의 결과만을 보는 것이라, 과정과 태도를 함께 평가하여야 한다.
수행평가지에 사인을 한다. <부모님 한 마디> 란도 채워야 한단다. 마음을 담아 꾹꾹 적었다.
" 기분 좋게 열심히 함. 참 좋은 말이다. 기분 좋게 함께하는 아빠가 될게, 기분 좋게 열심히 하는 아빠가 될게. 기분 좋게 열심히 하는 아들을 응원할게. 우리 함께 기분 좋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