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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 취하다 Jun 14. 2024

우두커니 ; 출근 詩, poem 2

출근길 시 한 편, 출근 시

두리번 두리번
헤매고 있나요
우두커니 섯!


우두커니

사무실을 바라본다


우두커니

모니터를 바라본다


우두커니

 밖을 바라본다


어디로 가야 하지?

뭐하고 있지?

뭐하지?


우두커니 거울 앞에 선다

우두커니 나를 바라 본다


무작정 헤매이다

지나친건 아닐까?


내삶의 소중함을

사랑하는 것들을


우두커니

바라본다


  2014년 시작한 멍때기 대회가 10주년을 맞이했다. 현대인의 고단한 삶을 대변하듯 멍때리기 대회는 해가 거듭될수록 관심이 높아져 일본, 대만 등 해외로도 확산되고 있단다.

  출근길, 퇴근길 붐비는 인파에 쫒긴다. 쌓이는 메일,  울려되는 전화, 이어지는 회의로 잠시도 멍하니 있을 틈이 없다. 퇴근 후 반갑게 맞이하는 아이와의 행복은 잠깐, 집안일을 마치고 나면 시계바늘은 10시를 넘기고 있다. 몸은 지쳐 움직일 수 없다.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다. 나만의 시간에 대한 보상심리로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늦은 밤, 쉼을 허락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쉼이 필요하다. 뇌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을 때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 라는 부위가 활성화 된다고 한다. DMN이 활성화 되면 기억력, 창의력이 향상되고, 눈 건강도 좋아진다. 일꾼에게 멍때리기는 지친 하루를 치유하는 만병통치 약이 아닐까?

  바삐 일을 하다 우두커니 모니터를 바라본다. 창밖을 바라본다. 바삐 걷다 우두커니 선다. 우두커니 아무런 생각없이 멍때린다. 뜨거워진 뇌를 식힌다. 채워넣기만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건 아닌지 하루를 돌아본다. 우투커니 서 머리를 비운다.

  컴퓨터가 느려지면 재부팅한다. 그래도 버벅거리면 최후의 수단을 사용한다. 포맷이다. 컴퓨터를 비우고 다시 채우는 것이다. 일꾼에게도 재부팅, 포맷이 필요하다. 출근 길 우두커니 서서 재부팅을 한다. 포맷을 한다. 출근 길, 출근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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