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오래된 노래를 우연히 들었다. 가수 이주원이 부른 '아껴둔 우리 사랑을 위해'. 김찬우, 장동건 주연의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에 삽입된 OST 곡으로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명곡의 반열에 올랐다. 노래 가사를 잘 외우지 못하는데 이 노래는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다. 노래를 따라 부르던 중 사랑 노래가 일꾼의 노동가로 들린다.
아껴준 우리 사란을 위해 ~~~ ♪
버텨낸 우리 일꾼을 위해 ~~~ ♬
(회색) 원곡 가사가 (검은색) 일꾼으로 들린다.
기다려 내 몸을 둘러싼 안개 헤치고
기다려 일꾼을 둘러싼 따가운 시선
투명한 모습으로 니 앞에 설 때까지
당당한 모습으로 퇴직을 할 때까지
기다려 막연했던 나의 덧없는 외출
기다려 자리에서 밀려 떠돌던 시기
헤매임 딛고 널 지켜줄 때까지
헤매임 딛고 임원이 될 때까지
찾지 못했어 내가 가야 할 길을
맡지 못했어 내가 해야 할 일들
이 세상에 나만 홀로 던져진 것 같아
이 회사에 나만 홀로 던져진 것 같아
주저앉고 싶은 유혹도 많지만
퇴사하고 싶은 유혹도 많지만
알 수 없는 나의 미래가 너무 두려워
알 수 없는 회사 바깥이 너무 두려워
기다려줘 제발 난 니가 필요해
기다려줘 제발 난 월급 좋아해
힘겨워도 꿈을 꾸는 건 너 때문인걸
힘겨워도 버텨 내는 건 돈 때문인걸
아껴둔 우리 사랑을 위해
버터낸 우리 일꾼을 위해
회사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몰입하였으나, 성과가 뒤늦게 나오거나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회사에 외치고 싶다. '기다려 달라고' 힘겨워도 버틴다. 신입 일꾼과 열정 일꾼의 시절에는 숙련 일꾼과 스타 일꾼을 롤 모델로 삼게 된다. 시간이 흘러 연륜이 쌓이다 보면, 수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 번의 실패로 자의반, 타의반 회사를 떠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고속도로를 빠른 속도로 질주하다 도로에서 틘 작은 돌이 유리창을 깨 부수어 큰 사고가 나듯이. 조금 느린 속도로 또는 법정 속도를 안전하게 달리는 장수 일꾼의 꾸준함과 인내가 우리 일꾼에게는 생존의 필살기가 아닐까?
오늘 하루를 버터낸 우리 일꾼에게 이 노래를 바친다. 더불어 회사에 이 한마디 외쳐본다.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