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20 년 차. 서운했던 순간이 많습니다. 사실 지금도 서운합니다. 스타 일꾼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타고 질주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지금은 갑자기 비포장 도로 위에 서 있는 듯합니다. 서운한 마음으로 퇴근하던 길, '서원하다'라는 단어를 만났어요.
오늘부터는 서운해하지 않고, 서원해할 거예요.
우리, 서운해 말고 서원해요!
국어사전 - 서운하다
1. 마음에 모자라 아쉽거나 섭섭한 느낌이 있다
* 유의어 ; 분하다, 아깝다, 아쉽다
국어사전 - 서원하다
1. 신불이나 자기 마음속에 맹세하여 소원을 세우다
2. 보다 선하고 훌륭하게 살겠다고 하느님에게 약속하다
3. 원(願)을 세우고, 그것을 이루고자 맹세하다
18개월 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다시 현업 복귀를 앞두고 있다. 우여곡절이 많아 4개월 연장 끝에 안정적으로 시스템 오픈 하였다. 긴 프로젝트가 하루빨리 끝나길 바랐건만, 성취감보다는 허전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 여름의 끝자락이다. 이 허전함이 무엇일까 걸으며, 또 걸으며 생각한다. 허전함을 느끼게 하는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니 서운한 마음이 보인다.
무엇이 마음에 모자라 아쉬운지, 섭섭한지. 회사생활을 하며 성취감, 행복감, 따뜻함 보다는 서운함이 더 많고 오래 남게 된다. 서운함은 스스로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한다. 회사생활에서 느끼는 서운함을 일꾼이 말한다.
신입 일꾼은 실수하지 않기 위해 사수에게 재차 질문했다. 그것도 모르냐며 질책받는다. 잘하고 싶어서 물어본 건데 너무 서운하다.
열정 일꾼은 며칠밤을 새며 자료 조사를 했다. 자료 종합은 꼰대 일꾼의 몫이다. 꼰대 일꾼이 발표한다. 꼰대 일꾼이 칭찬받는다. 내 성과를 빼앗긴 거 같아 서운하다. 숙련 일꾼은 알아주겠지 하며 곁눈짓을 했지만 아무 말이 없다. 서운하다. (이거 많이 당하시죠? 일하는 사람 따로, 진급하는 사람 따로. 회사는 따로 국밥이다!)
숙련 일꾼은 이번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론칭하였다. 성취감보다는 서늘함을 느낀다. 어느 순간부터 동료들의 견제하는 시선이 느껴진다. 일 중독이라니, 인간미가 없다느니, 잘난 척한다는 등 오해의 말들이 떠돌기도 한다. 서운하다.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숙련 일꾼에게 일이 집중되어 늘 바쁘다. 어려운 일이 발생하면 해결은 숙련 일꾼의 몫이다. 서운하다. 일 잘하는 게 죄는 아닌데. 월급을 더 받는 것도 아닌데. 서운하다.
꼰대 일꾼은 열정 일꾼, 신입 일꾼을 가르치기 바쁘다. 열성적으로 후배들에게 나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있는데 후배들의 눈빛은 멍하고, 표정은 어둡다. 이런 선배가 어디 있다고? 고마운 줄도 모르고. 서운하다.
얌체 일꾼이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다. 분위기 파악하며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느라 얼마나 바쁜데. 담배 피우고, 차 마시고, 술 마시고 이게 노는 게 아니라고. 다 회사를 위한 일인데 왜 얌체라고 하는지. 서운하다.
장수 일꾼은 오늘도 묵묵히 사무실을 지킨다. 회사가 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어려움이 많았는지, 지금의 사업을 만들기 위해 열정 일꾼, 숙련 일꾼으로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너희들은 모른다. 서운하다. 이제 와서 시대에 뒤처진 유물로 취급하다니. 서운하다.
스타 일꾼은 일꾼 하나하나 응원하며 가족처럼 함께 하고 있는데 일꾼들은 다가오지 않는다. 낮은 인사고과를 받은 얌체 일꾼, 신입 일꾼의 표정이 좋지 않다. 서운하다. 내 주어진 권한에서 많이 챙긴 건데. 서운하다.
직장생활에서 우리는 서운함을 많이 느낍니다. 회사는 단지 월급을 받기 위한 곳이다, 다른 건 생각하지 말라며 서운한 마음을 애써 밀어내지만, 퇴근길에 서운함이 다시 가슴에 스며듭니다.
서운함이 마음이 들 때 우리 서원해요. 서운함이 떠오르면 서원하다 라고 외쳐요
아! 서원하다! 라고 외쳐요
아! 서원하다! 자기 마음속에 맹세하여 소원을 세워요
아! 서원하다! 보다 선하고 훌륭하게 살겠다고 약속해요
아! 서원하다!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맹세해요.
서운함 감정은 상대방에 대한 감정입니다. 마음속 모자람을 상대방이 채워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우리 스스로 서원해요. 내가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세우고, 약속하고, 맹세해요. 우리 스스로 마음속 모자람을 채워요.
퇴근길, 누군가에게 서운하신가요? 서원하다 라고 외치세요. 여러분의 진한 하루를 응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