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승리한다. 메칸더 V, 태권도 V, 독수리오형제, 날아라 슈퍼보드를 보며 정의가 악당을 이기는 것이 진리라고 당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일꾼으로 살아가며 정의가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정의임을 알게 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실력이 결국 승리한다고 만화를 통해 배웠다. 달려라 하니, 피구왕 통키, 슛돌이를 보며 권력과 자본이 아닌 실력이 승리한다고 착각하며 실력을 쌓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진정한 승자는 실력이 가진 자가 아닌 인맥, 정치력이 가진 자가 되는 경우를 보며 어릴 적 환상에서 벗어난다. 그렇게 일꾼이 되어간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거짓을 이기는 건 진실이 아니 듯, 사내정치를 이기는 건 실력이 아니다.
더 큰 거짓말이 이기 듯, 더 나는 실력이 아니라 더 견고한 사내정치가 승리한다.
사내정치를 이기는 건 실력이 아니야! 더 높은 자를 향한 충성심이지. 근데 한 번은 믿어보고 싶다.
실력으로 사업실의 신규 프로젝트와 주요 이슈를 해결하는 숙련 일꾼 현 책임은 밀려드는 일에 치여 사업부장님, 실장님과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다. 공식 회의석상에서 칭찬과 격려를 듣는 것으로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편 입사 동기인 정 책임은 업무는 후배들에게 맡긴 채 상사, 동료들과 티타임으로 바쁜 하루를 보낸다. 주말에도 상사와 운동을 동행하며 상사의 총예를 받고 있다. 시간이 흘러 승진 심사가 다가온다. 숙련 일꾼 현 책임, 정치 일꾼 정 책임 둘 다 본인이 진급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실력의 현 책임. 의전의 정 책임. 과연 그 결과는?
믿고 싶다. 보고 싶다. 의전이 아닌 실력이 인정받기를.
의전, 사내 정치도 능력이고 실력이다. 지금 당장 분위기 좋게 하는 것은 의전이지만, 회사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은 일꾼의 실력이다. 부드럽게 돌아가게 하는 윤활제인 의전과 성장 엔진인 실력이 어우러진 일꾼의 세상이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