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재원 발령으로 친구가 출국을 한다. 가족을 남기고 한 달 먼저 출국을 한다. 나 역시 겪었던 일이지만, 걱정이 앞선다. 누군가에게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고난의 시간임을 알기에. 친구는 남겨둔 가족과, 한 달 뒤 가족의 미국 입국 후 적응에 대한 걱정으로 발걸음이 무거웠다.
친구에게 편지를 쓴다.
출국을 앞둔 친구에게,
선후배들이 겪었을 일인데, 막상 내가 맞이하는 주재원은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두렵지는 않았다. 나의 희생은 이미 각오하고 있기에. 아빠라는 이름으로, 가장이라는 책임으로. 남편이라는 자리로.
다른 동료들은 쉽게 가고, 금방 복귀하는 거 같은데 엄청난 압박감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뭐라도 아니, 하나라도 더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시간만 흘러갔다. 그렇게 출국일은 다가왔다.
나에게 출국일은 낙뢰가 치는 하늘을 운항하는 비행처럼 다가왔다.
친구야! 너는 나보다 현명하고 맷집도 좋으니, 5년 전 나와는 다를 테지. 내가 너에게 어떤 조언을 할 수 있겠니? 성공적으로 마친 주재원이 아니었기에... 하지만 이 말은 전하고 싶다.
지금의 초조함, 불안감, 걱정은 당연한 거야
나도 힘들었어. 너의 상황, 준비가 부족한 게 아니야. 지금 이 시간이 가장 걱정이 많았고, 불안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