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다 ; 출근 詩, poem

출근길 시 한편, 출근시

by 심 취하다

넘어지다


앞서감에 도취되어

속도높여 더더빨리

이대로만 질주하면

스타일꾼 바로눈앞


앞만보고 달린걸까

돌부리에 넘어졌네

주춤주춤 하는사이

하나둘씩 앞서가네


넘어진걸 한탄했네

뒤쳐짐에 쓰라렸네

돌부리를 원망했네

내가무얼 잘못했나


시간흘러 생각하니

넘어짐이 기회였네

넘어지다라고 쓰고

기회라고읽을 지혜


빨리감에 거만말고

늦게감에 자책않길

넘어짐에 감사하네

쉬어감이 기회이네



나를 중심으로 회사가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곧 회사이고, 회사가 나라는 착각에 빠져 지낸 시절이 있다. 글로벌양성과정을 같이 교육받던 선배는 유럽 주재원에 선발된 나를 부러워하며 말했다.
"너는 꽃길만 걷는구나"

그 꽃길은 나에게 가시밭길이 되었다. 찬란한 장미꽃 아래에는 가시나무가 한가득 숨겨져 있었다. 넘어졌다. 가시밭길을 헤매던 사이 하나둘씩 앞서갔다. 한동안 회사동료와 마주치는 것이 힘들기도 했다.
'꽃길만 걷더니 고소하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웃으며 인사했지만, 내면의 나는 한껏 움츠려 들었다. 넘어짐을 한탄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유럽의 가시밭길을 감사한다. 넘어짐에 감사한다. 회사와의 열애에서 빠져나와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퇴직 후에 시간 여유가 생기면 써야지 라고 미루었던 글쓰기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다고 하더니. 옛말 틀린 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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