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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래드 Nov 14. 2024

골프와 인생을 대하는 마음

비슷한 점이 많은 골프와 인생

 얼마 전에 '나쁜 골프'라는 책을 읽으면서, 골프를 내 생활과 비교해 보기로 했다. 올해는 조직개편과 업무 대상이 바뀌어서 나름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막간을 이용해서 생각해 보니 재미있을 것 같았다. 

 

 20대 초반에 골프를 시작해서 취미로 했던 골프가 40살이 넘은 현재 밥벌이가 되어있었다. 이제 내 인생에서 골프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예전에 형님들이 항상 골프는 인생과 같다고 했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었는데.. 이제 나이를 좀 먹다 보니 제법 비슷한 구석들이 많이 보였다. 골프를 안치거나 비기너들에게는 골프중독자들이 예찬하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골프중독자가 예찬한다고 해도 말이 되기는 것 같다. 


 20대에는 목숨 걸고 골프를 쳤다. 티샷에서 드라이버를 칠 때면 제대로 맞으면 비거리가 270m씩 나가며 기분이 아주 좋아했으나 OB가 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기술과 마인드 없이 무조건 체력과 힘만 믿고 스윙을 했었다. 스윙을 한다기보다는 공을 때렸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제대로 간 공보다는 실수를 해서 타핑을 내서 공이 한없이 굴러간 적도 있고, 생크가 나서 OB나 해저드에 빠진 경우도 있고, 그린 위에서는 퍼팅을 수도 없이 온탕/냉탕 하면서.. 화를 참지 못하고 채를 던지거나 소리를 지른 경험이 있었다. 젊은 패기의 승부욕에 지고 나서 울기도 했었던 것 같다. 


 30대에는 골프를 정말 열심히 연습을 했었다. 패기만으로는 스코어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일관적인 샷을 만들기 위해 드라이버 비거리도 230m로 줄여가며, OB가 나지 않는 스윙을 위주로 연습을 열심히 했었던 것 같다. 20대에는 멋으로 패기로 골프를 쳤다면, 30대에는 좀 더 구체적인 분석과 전략을 사용해서 골프를 쳤고, 내기를 많이 하면서 스코어를 만들어내는데 집중을 했었다. 승부욕이 발동하면 게임에 집중하느라 동반자들과 얘기도 거의 하지 않고 좋은 스코어를 내기 위한 게임을 했었다. 생크나 타핑이 나는 실수를 하거나, 쓰리펏 이상의 실수를 할 때면, 연습장에서 살다시피 했었다. 


 현재 40대에서는 드디어 골프를 즐기게 된 거 같다. 동반자와 말도 하지 않고 골프를 치면, 70대의 스코어를 만들어 내지만, 성격 안 좋고, 같이 플레이를 하면 재미없는 동반자가 된다. 하지만 동반자들과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운동이라고 생각하며 쳐도 80대는 친다는 생각으로 하면 너무 즐겁고, 동반자들도 같이 즐기며, 같이 치고 싶은 동반자 이미지가 된다. 실수를 하더라도, OB가 나서 타수를 잃더라도 다음 샷을 조금 더 집중해서 위기를 극복하고, 드라이버가 너무 안 맞으면 아이언 티샷을 하면서 상황에 맞게 조율하며 차선책으로 골프를 즐기게 되었다.


내 20대, 30대, 40대의 골프를 즐겼던 것들이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거의 비슷한 거 같다. 20대에는 패기로 이것도 해봤다가 저것도 해봤다가 도전하고 실패하면 화내고, 술 마시고 뭐 하나 안정적이지 않았었다. 또한 승부욕이 있어서 일이 잘 안 풀리면 울기도 하고 화를 낸 적도 많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닌 일인데 뭐가 그리 억울했었는지... 30대는 직장생활과 결혼생활을 하면서 혼자 살아갔을 때보다는 다른 점이 많았다. 직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공부도 하고, 회사 문화를 맞추기 위해 동료들과 동호회 생활도 하고, 일을 아주 열심히 했다. 또한 결혼 생활과 아기가 태어나면서 처음 겪는 일들로 실수도 하면서 연구하고 공부하며 살았다. 40대인 현재는 최대한 즐기면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이도 어느 정도 크고, 결혼생활도 익숙하고. 직장생활도 익숙해져 즐기면서 살지만, 2~30대에 없었던 큰 위기들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어렸을 때는 좌절할 수 있지만 지금은 이 위기를 집중해서 잘 극복하고 안 좋은 상황들을 조율하며 적응하면서 살고 있다.


정말 글을 쓰면서도 나의 골프와 인생이 너무나도 비슷한 것 같다. 나의 50대도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형님들이 골프가 참 인생과 비슷하다고 했던 말과 얼마 전에 읽었던 '나쁜 골프' 책에서 얘기하고 싶었던 말들이 이해가 된다.


표지 사진 : 내 인생골프장인 뉴질랜드에 있는 Jack's point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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