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기획자 시점에서 본 제품
얼마 전에 11월 11일에 Garmin에서 골프시뮬레이터 아니 론치모니터 신규 제품이 론치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땐 그냥 골프 관련 제품이 하나 출시되었구나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정말 충격적인 제품이 출시되었다. 내가 출시를 위해 달리고 있는 제품과 오버랩이 되기도 하고, 타이밍과 기능들이 적절한 의사결정을 받지 못해서 정체되어 있는데, 타사는 이렇게 멋진 제품을 세상에 내놓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아직 사용해보지는 못했으나 유튜브 리뷰나 블로그, 기사 등 여러 정보를 찾아보니 혁신적인 제품임이 틀림없다. 이 제품 하나만으로 시장이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이 제품이 출시하면서 시장이 변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며, 몇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대기업이 골프 시뮬레이터 시장에 진입했다.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골프시뮬레이터가 아무리 유명하다고 하더라도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 정도의 규모인 회사가 대다수였다. Trackman, Foresight, Top tracer 등등 골프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이며, 1년 매출이 1~2,000억 정도 하는 회사로 시장이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가민은 시가총액만 60조이며, 1년 매출이 약 7조를 하는 회사이다. 물론 스포츠 외에 매출이 많이 발생하고, 스포츠 쪽은 약 30%를 차지하니, 약 2조 정도이며, 러닝, 하이킹, 사이클 등 많은 제품군이 있어서 골프 쪽은 아직 미흡하지만 스포츠 섹션에 2조나 매출을 올린다는 것은 규모가 정말 큰 시장이다. 골프는 예전부터 워치나 거리측정기, 휴대용 레이다 센서 정도 생산하고 있었다. 가민 최초의 레이다 센서인 R10이 3년 전에 나왔으니 3년 동안 많은 R&D와 상품기획을 해서 나온 제품인듯 하다. 이제 골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려는 첫 스타트 신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혁신적인 구성과 높은 기술력으로 무장한 제품이다. End User의 입장에서는 센서가 공을 인식하고 시뮬레이션만 되면 그게 골프 시뮬레이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시뮬레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과 기술이 필요하다. 비전이나 레이다 기술을 활용해서 공을 실측하거나 트래킹 하고 영상처리를 통해 속도와 각을 측정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HW구성뿐만 아니라 알고리즘을 아주 잘 구성해야 한다. 그에 따라 SW와 연동하여 시뮬레이션하는데 물리가 잘 구성되어 있어야 실제와 비슷한 캐리거리나 구질을 표현할 수 있다. 그래 일반적으로 실측은 센서(론치모니터)가 담당하고, 시뮬레이션은 PC가 담당해서 빔프로젝터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한 가민 R50은 이 모든 구성이 하나의 콘솔에 탑재해서 임베디드로 처리했다. 임베디드로 영상처리하고 데이터만 표현하는 방식은 이전에도 제법 있었지만, 시뮬레이션 자체를 태블릿이 센서에 탑재된 형태는 업계에서 처음 시도한 듯하다. (있을지도 모르나, 나는 처음 접한 것 같다.) 표현이 과장이겠지만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스티브잡스의 프레젠테이션에서 전화기와 아이팟과 인터넷 3가지를 띄어놓고 하나로 합친 제품으로 설명했었다. 내가 느끼기에는 골프 시뮬레이터의 아이폰 같은 느낌이다. 센서와 PC, 모니터를 합친 형태이고, 빔프로젝터나 모니터와의 연동성도 좋아 보였다.
굉장히 심플한 구성과 저렴한 MSRP설정이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제품 단가에 3 배정도 하면 MSRP설정이 대략 계산해 볼 수 있다. 모든 연산과 디스플레이를 다 콘솔에서 처리하는데, MSRP가 4,999달러로 출시했다. 한국돈으로 약 700만 원 정도 하는데, 단순계산하면 단가가 250만 원 정도 되는 수준이다. 액정, 센서카메라 3대, 인테리어조명, 배터리, 온라인 연결 SW 등 대략 내가 아는 자재 단가만 구성해보아도 이건 개런티를 10만 개 정도는 해야 나올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숫자이다. 처음 상품을 출시하는데, 그것도 기존에 제품이 성공했고, 개선한 시리즈 제품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개런티를 할 수 있다는 그 능력과 의사결정자들의 결정이 대단하다고 생각이 든다.
나는 10년이 넘도록 이 업계에서 제품을 기획하고, 나름 국내 업계 일등 기업에서 제품 출시를 담당하고 있지만 글로벌에서는 싸움이 안 되겠다는 느낌이 든다. 올해부터 글로벌 제품을 기획하면서 타사 제품들을 조사하고 비교도 해보았지만 이렇게 제품을 잘 만들고 기획 잘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것도 골프 론치모니터를 두 번째 내는데 말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말이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제품을 올해 출시 했어야 하는데, 내년으로 미루어졌는데, 의사결정자들이 가민 R50을 보고 좀 느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지속적으로 시장 트렌드를 조사하고, 제품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골프산업을 계속 연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