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견디기 힘들어지는 회사생활
예전에 '조직개편 적응하기'라는 글을 쓴 적이 있었다. 다소 원망 섞인 글로 시작해서 나름 마음을 다잡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글을 마무리했었다. 나와 별로 관계가 없었던 주니어일 때 조직개편은 그냥 회사에서 이벤트가 있구나.. 정도의 느낌이었다. 하지만 시니어가 된 지금은 업무와는 관계없이 조직개편만 되면 직격타를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올해도 12월에 정기 조직개편이 시행되었다. 조직개편은 부서의 이동도 있지만 내년에 회사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는 회사의 큰 메시지이다. 내년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에 아무래도 힘을 실어주고, 현재는 중요했지만 내년에는 힘을 빼거나 하지 않겠다는 조직에는 슬림화가 되거나 아예 없어지는 경우가 있다. 또한 이런 사업적 방향성에 맞게 개발조직도 변화한다.
저번 조직개편에서 10년 넘게 있었던 사업부에서 개발실로 이동을 했었다. 물론 업무는 그대로 가지고 가서 업무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지만, 사업적인 주도가 없는 상황에서 일을 추진하기 매우 어려웠다. 또한 국내사업이 아닌 글로벌향으로 제품을 론치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외법인들과 협업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속도도 느리고 문화도 달라서 커뮤니케이션이 용이하지 못했다.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약 6개월 동안 준비를 철저히 해서 내년 1월에 미국 론치를 계획하고 있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메시지를 보았다. 글로벌조직이 축소되었고, 내 제품을 책임지고 있던 임원들이 집에 가시게 되었다. 나와 커뮤니케이션이 잘되고 날 잘 이끌어주셨던 사업부에 있었던 임원분도, 케미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셨던 개발총괄님도 한순간에 사라지셨다. 그러면서 글로벌 제품 론치 재검토가 예상되면서 모든 업무가 홀드 되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계획대로 진행될 수도 있지만 예전보다는 더디게 진행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해석을 해보자면, 골프 시장이 어려우니 매출이 적은 글로벌이나 신사업보다는 안정적인 국내사업에 좀 더 집중하자는 내용으로 이해가 되었다. 하늘에서 보면 그게 맞는 의사결정일 순 있으나 땅에서 보는 내 시점에서는 너무 아쉬운 결정이 아닐 수 없었다. 보직도 이동하며 어떻게든 내 제품을 론치 해보겠다는 나의 목표와 지난 세월이 너무나 아깝고, 미우나 고우나 이 프로젝트를 이끌던 임원이 퇴사를 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홀드 하는 회사도 너무 얄미웠다.
회사생활에는 의리가 없다고 했는데, 나만 의리를 지킨 것 같다. 사실 Product Manager로서 직책도 포기하고 커리어까지 사업부에서 개발실로 이동했는데, 그분들은 그냥 가시고, 나만 덩그러니 남은 것 같고, 뭔가 허망한 것이 기분이 이상했다.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해야 할지, 커리어를 계속 유지하면서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회사 생활에는 의리가 없는 것 같다. 나는 항상 전체를 보려고 애썼고, 윗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하며 일을 했었는데, 그보다는 나를 위해서 일을 했어야 했고, 보다 이기적으로 내 Skill up을 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유튜브나 자기 계발서에 보면 항상 있는 얘기였는데, 와닿지가 않았었는데 이번 일을 겪고 보니 확 와닿았다.
신제품을 중단하고, 기존 제품 업그레이드해서 유지하는 것은 방어전략인데, 방어만 하면 도태되고 더 커지기 어려울 것이다.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론치하고 신사업을 해야 뻗어나갈 것인데, 이유들이야 있겠지. 또 한 가지를 배웠다. 직장생활은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어렵고 힘들어지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