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1~1/1 해돋이 여행
2024년이 다사다난하고, 힘들게 보내서인지 확실하게 보내고, 새로운 2025년을 기대하고 싶었다. 올해 집도 이사해서 근처에 버스터미널이 있다 보니 버스 타고 우리 세 식구 한번 해돋이 여행을 가보자고 크리스마스 때 얘기했었다. 그래서 바로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12/31 회사에 연차를 내고, 아침 9시에 와이프와 딸과 세 식구가 집을 나섰다. 처음으로 내가 운전하지 않고 가는 여행이라 7살 내기 딸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첫 도전이라 생각하고 출발했다.
속초를 자주 가는 편이다. 워터파크도 좋고, 설악산의 웅장함, 속초시장의 신선한 대게와 해산물, 아름다운 속초해수욕장이 있어서 2024년도에는 8번 정도 갔었던 거 같다. 올해에 가장 즐거웠던 기억이 많은 도시라서 마무리하기 더 좋았다. 매번 자차로 운전해서 가다가 처음으로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오전 10시에 출발했다.
도착하니 12시 반, 맛있는 수제버거를 간단하게 점심 삼아 먹고, 바닷가에서 신나게 놀았다. 바다에 2024년 안 좋은 기억들을 다 같이 마구마구 던졌다. 날씨도 도와줘서 별로 춥지 않아서 더욱 즐거웠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딸이 좋아하는 맛있는 가오리찜(우리 딸은 한식 파라서 햄버거보다 가오리찜 같은 걸 좋아한다.)을 저녁으로 일찍 먹고, 또 바다로 가서 속초아이의 아름다운 야경 삼아 산책을 하며 2024년 마지막 날을 멋지게 보냈다. 숙소에서 각자 편지를 쓰자고 해서 썼는데, 우리 딸이 이제 제법 글도 잘 쓰고 응원도 할 줄 알아서 눈물이 핑 돌았다. 삐뚤삐뚤 맞춤법은 다 틀리지만 마음이 너무 잘 전달되는 그런 글이었고, 2024년은 적어도 우리 딸이 행복했던 한 해였던 것 같다.
다음날 1/1 아침, 부지런을 떨어서 7시에 속초 앞바다에 일출을 보러 나갔다. 어제의 속초가 아닌 것이, 아침이라고 느낄 수가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인파가 바다에 모여있었다. 나만큼이나 2025년을 기대하고, 시작하는 마음을 좋게 하려고 왔나 보다. 여의도 불꽃축제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있었고, 구름에 가리지 않고 볼록 올라오는 해를 보니 경이롭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했다. 왠지 2025년도는 정말 잘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7시에 온라인으로 예약한 장칼국수집에서 9시 반에 맛있게 새해 첫 식사를 맛있게 했다. 예전에 직접 대기할 때는 2시간씩이나 기다리며 왜 먹냐며 했던 식당이 이젠 어플로 간편하게 예약할 수 있으니 좋았다. 이래저래 새해 아침을 행복하고 시작하고, 서울로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차가 좀 밀리긴 했지만 편하게 버스를 타고 와서 인지 별로 피곤하지 않았고, 뭔지 뿌듯함 마음을 가지고 집에 돌아왔다.
2024년이 좋든 싫든 갔고, 2025년이 좋든 싫든 왔다. 내일부터 또다시 사회에서 멋지게 살아봐야겠다. 기분 좋은 새해 여행... 어릴 때 아버지가 일출 보러 가자고 했을 때, 뭐가 그리 싫었는지... 그때도 아버지가 나처럼 힘들었나 보다.. 힘든 기억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