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라더의 무서움
오래전, 어디선가 추천을 받았던 책이었다. 과거에 쓰인 책인데, 현대를 너무 잘 묘사하였고, 자유가 없는 세계를 묘사하였다는 평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요새 딸과 주말마다 동네 도서관을 같이 가는데, 딸 책을 찾아주다가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아무 생각 없이 책을 빌려 읽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전개가 빨라서 지루하지 않았다.
1949년에 쓴 책이라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다. 1949년이면 우리나라는 6.25 한국전쟁이 일어나기도 전이고, 소련이 존재했던, 아주 먼 옛날인 시기였다. 그 시절, 우리나라는 갓 쓰고 돌아다닐 때, 조지 오웰 작가는 현대와 비슷한 것들을 상상으로 묘사한 것이 대단하였다. 그 당시 1984년이면 매우 먼 미래이지만, 내가 태어난 해이니 40년도 더 지난 과거 이야기이다.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잘 표현해 주어서, 지금 2025년 현재에 읽고 있는 내가 전혀 이질감이 없이 읽히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현대에 있을 만한 장치들이 등장한다. 텔레스크린이라는 장치로 사람들을 감시하고, 스피커의 목소리가 지속적인 정신 쇠뇌와 경고성 발언을 해댄다. 거리에는 빅브라더의 포스터에 특수 장치가 되어 있어서, 현대의 CCTV처럼 사람들을 감시하고, 곳곳에 마이크가 있어서 대화 내용들을 모두 듣고 있다. 그 시절에는 없었을 것 같은 장치들이 등장하고, 현대에서 사용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묘사하였다. 물론 글이기 때문에 내가 상상하면서 알고 있는 장치와 매칭을 시켰을 수도 있겠지만, 장치들에 대한 역할을 명확히 묘사한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된다. 마치 미래에서 온 사람이 쓴 글처럼 말이다.
공산주의 체제의 비판과 자유의 억압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였다. 개인적인 의견을 표출할 수도 없고, 과거에 대한 역사를 공부할 수도 없다. 빅브라더가 무조건 옳은 것이고, 빅브라더의 사상을 따라야 한다. 또한 내부당원들이 빅브라더를 대신하여, 감시와 처벌을 할 수 있다. 외부당원들은 권력에 굴복하고 당을 위한 일을 하며, 가장 하층민인 노동자들은 억압을 받으며 노동을 제공한다. 주인공인 위스턴 스미스는 외부당원으로 겉으로는 당에 충성하는 체 하지만 역사에 관심이 많고, 사랑과 철학을 좋아한다. 비밀리에 금지된 일기도 쓰고, 연애도 한다. 물론 빅브라더에게 들키지 않게 노력을 하지만 결국 함정에 빠져 걸리게 된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감시하던 사상경찰인 오브라이언에게 걸리고 만다. 엄청난 고문과 사상 쇠뇌로 정신을 개조당한다.
'2+2 = 5'라는 권력에 대해서 잘 표현해 주었다. '지록위마'라는 사자성어가 생각이 나는 부분이었다. 윈스턴이 고문을 받으면서 오브라이언이 2+2를 물어보는 장면이 있었다. 2+2를 빅브라더가 5라고 하면 5인 것이라고 쇠뇌하는 장면이 있는데, 옛날 중국의 진시황 때 내시 조고가 내부 권력을 모두 장악하고 자기 말을 듣는 사람과 안 듣는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 사슴을 풀어놓고 말이라고 했다는 사자성어이다. 사슴이라고 말한 사람들은 다 죽임을 당하고, 말이라고 대답한 사람만 살아남았다고 한다. 표현만 다르지 권력의 무서움을 다시금 느끼게 해 주었다.
소련이 붕괴되지 않고, 공산주의가 전 세계를 지배했다면... 이 소설이 사실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조지 오웰이라는 작가가 당시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냉전이 시작되는 시기에 살았기 때문에 이런 우려를 소설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이 든다. 현대에 살고 있다는 것에 다시금 감사함을 느낀다.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었고, 어둡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가 매우 흥미로웠다.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고전을 하나씩 읽다 보니 매력에 푹 빠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