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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골프 라운드

예측하지 못하는 일기예보

by 브래드

골프는 언제 쳐도 즐겁고 재미있다. 그런데 비가 오는 날씨에 골프를 치는 경우는 매우 힘이 든다. 한 여름에 매우 더울 때 부슬부슬 내리는 비나 한차례 쏟아지는 소나기는 오히려 더위를 식혀주어서 도움이 되지만, 주룩주룩 계속 내리는 비는 플레이하는데 쉽지 않다. 우의를 입으면 덥고, 우의를 벗으면 춥고, 짜증도 나고 왜 돈을 들이고 고생하는지 후회도 되고 그런 상황이 펼쳐진다.


저번주에 오랜만에 회사 동료들과 오후 반차를 쓰고 야간 라운드를 다녀왔다. 일기예보를 일주일째 확인했을 땐 비가 전혀 오는 날씨가 아니었고, 그다음 날에 아침에 비소식이 있었다. 당연히 매우 좋은 날씨가 될 것으로 의심하지 않았다. 써닝포인트 CC를 다녀왔는데, 근처에 유명한 맛집인 백암순대에서 순댓국을 한 그릇 먹으면서 진검 승부를 약속했다. 그런데, 계산하고 나오는데 지나가는 아주머니가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게 아닌가.. 이 날씨에 우산을 왜 쓰지? 양산인가? 하고 나오는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금방 그치겠지 라는 희망을 안고 골프장으로 들어섰다. 아니나 다를까 일기예보가 갑자기 비로 바뀌면서 계속 비가 오는 것으로 바뀌고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도 비를 보고 속상해하지만 다시 돌아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다들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즐기러 왔다가 돌아가기 아쉬운 듯했다. 라운드를 하고 싶으면 해도 되고, 취소도 해도 된다는 내용을 골프장에서 전달받았지만 우리는 진검 승부를 위해 라운드를 강행하였다.


나만 처음 간 골프장이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와 본 적이 있는 골프장이었다. 비까지 오니 처음 온 골프장 핸디캡이 더 적용되고, 쉬운 승부가 아닌 것이라고 예상되었지만, 골프를 비교적 오래 쳤고, 우천 라운드도 익숙해서 나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1홀, 2홀을 무난하게 끝내고 3홀에 들어섰다. 파 5 홀이라 티샷만 잘 가면 무난하게 버디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티샷을 했는데, 오른손이 그립에서 미끄러지면서 순간 열려버렸다. 이런.. 슬라이스가 나면서 골프장 우측 끝에 떨어지는데, 이건 살기 어렵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캐디님에게 물어보니 OB지역이라고 했다. 멘붕에 빠지며 잠정구를 치고 나가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을 찾아봤지만 역시나 없었다. 그 홀에서 트리플보기(+3타)를 치고 말았다. 나는 멘털이 무너지면 골프를 망치는 스타일이라 초반부터 무너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비만 안 왔어도, 그립과 손을 미리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했어도, 많은 후회를 했다. 이 실수로 인해 나는 18홀 마무리할 때까지 수건을 들고 다니며 매번 샷을 할 때마다 손과 그립을 닦아가며 플레이를 해서 큰 실수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오히려 실수를 한번 하고 나니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린은 환경을 많이 타는 것 같다. 그린 스피드가 초반에는 빨라서 제법 공이 잘 굴렀는데, 비가 오다 보니 바닥이 젖어서 점점 느려지는 게 체감이 되었다. 또한, 비를 맞고 점점 잔디가 자라는지 점점 스피드가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역시나 비 오는 날 그린 플레이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운이 좋게 우천 시 큰 실수를 범하지 않아 진검승부에서 최종 승자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골프는 자기 계발에서 말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비가 오는 라운드를 바라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지만 진행해서 시간을 아낄 수 있었고, 승부에서도 이길 수 있었다.


자기 계발서에서는 내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에 신경 쓰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고 했다. 비가 오는 것은 내가 어쩌지 못하니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내 플레이를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였다.


실수를 계속하되 두 번 이상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고 했다. 손이 미끄러지는 실수를 하고, 계속 손을 닦으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서 좋은 결과를 내었다.


변화에 적응하고, 변화에 맞추어 실행하라고 했다. 처음에는 빠른 그린이었지만 비가 계속 내리고, 잔디가 조금씩 자라서 점점 느려지는 그린을 확인했다. 그때에 맞추어 퍼팅을 하니 좋은 결과들이 나왔다.


라운드를 모두 마치고 나니,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그치고.. 다음날은 해가 쨍쨍했다. 일기예보에 속은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즐거운 라운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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