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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대세를 따른다는 것은..

줄의 중요성

by 브래드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줄을 잘 서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한다. 나는 일을 잘하는 것보다 줄을 잘 서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일은 말 그대도 하면 되고, 내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면 되지만 줄은 내 윗사람이 잘되어야 하고, 더 윗사람이 잘되어야 한다. 내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반대로 일을 잘 못하지만 줄을 잘 서는 사람도 존재한다. 그냥 충성만 외치고 있었더니 윗사람이 잘되면서 잘 챙겨주고 직책도 주고 성과도 몰아준다. 예전에는 이런 사람들이 정말 싫었었는데, 요새는 그것도 뛰어난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나가신 내 상사였던 임원을 얼마 전에 만났다. 어찌 보면 예전에 그분이 내 줄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내가 일을 잘해서 직책 달고,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잘 풀리고, 유관부서들이 모두 내 말을 믿고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했었다. 이런저런 이슈가 발생하면 "저희 상무님이 이렇게 의사결정 하셨습니다."라고 하면 웬만하면 해결이 되었던 시절이었다. 사업도 잘되었고, 만드는 제품이 다 시장에서 잘되었었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외내부의 사고들과 여러 가지 이슈로 조직이 사라지고, 함께하던 동료 중 일부만 남아서 뿔뿔이 흩어졌다. 그나마 본인 업무들이 명확히 있었던 사람들은 지금도 잘하고 있으나, 업무가 명확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퇴사를 하거나 이직을 하였다.


지금, 대세 조직의 논리대로 회사가 흘러간다. 회사에서 가장 대세인 조직에서 하고자 하는 대로 전부 움직여지고 있다. 큰 그림에서 보면 이 그림이 나쁘지 않고, 올바른 방향처럼 보인다. 매출도 잘 일으켰고,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을 하며 회사의 수익을 도맡아서 하고 있다. 그래서 힘도 있고 의사결정의 무게가 크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몇몇 사람들에 의해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들이 많이 있다. 그들의 판단한 것이 항상 맞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지 않고, 판단이 맞다는 근거를 만들기 위해 부단한 리소스를 낭비하고 있다. 그 리소스와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 그럴 시간에 보다 좋은 제품을 기획하고 시장 조사하고 했으면 좋겠는데.. 아쉽다..


역시 회사는 줄을 잘 서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인가 보다. 아무리 옳은 이야기를 하고 잘못된 리포트에 대해 올바른 의견을 내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닌데, 대세 임원의 권위 뒤에서 실력 없는 몇몇 줄을 잘 선 사람들이 있다. 대세 조직에 눈치를 보면서 사바사바 하고, 데이터 해석을 주관적으로 하고, 내부에 이상하게 소문을 내고 한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정말 몇 개월이 지날 정도로 설명을 해도 끝까지 우기는데.. 정말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이제 설명하는 것을 포기해야 하나 싶다. 계속 부정적인 소문을 내고, 서로 헐뜯게 만들고, 본인들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논리를 가져간다. 데이터라는 것이 해석에 따라 엄청나게 다를 수 있는데, 참 답답하다..


혹 예전에 내가 그랬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고, 예전에 잘 나가는 줄에 있을 때, 내가 무시하거나 의견을 듣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내 기억에는 없지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이라는 것이 대세도 봐야 하고, 사람 관리도 해야 하고, 정치를 해야 하는 것 같다. 점점 회사 생활을 오래 할수록 점점 더 눈에 보이니 쉽지 않은 것 같다. 정말 힘이 없으면 정당한 이야기를 해도 반영되지 않으니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조금만 더 있으면 뭔가 잘되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지고 내 할 일을 열심히 해봐야겠다.


이번 2025년이 회사생활에서 가장 많은 것들을 느끼고, 생각을 많이 하는 한 해이다.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하고, 생각도 정리해 보고, 금연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훈련하고 있다. 사회생활에서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의 소신대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대해서 존중하고,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다. 나의 소신대로 때를 기다리며 언제든 바로 무언갈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고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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