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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업데이트한다는 건..

누구에게 맞추어야 할 것인가?

by 브래드

얼마 전 카카오톡이 대규모 업데이트를 하면서 많은 이슈가 있었다. 결국 원복을 한다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서 직원들의 안타까운 상태가 예상이 된다. 카카오톡만큼의 큰 규모의 업데이트를 해본 적은 없지만, 나름 크고 작은 업데이트를 리드했던 경험이 있어서 업데이트의 어려움이 이해가 간다. 항상 제품 업데이트를 기획하는 초창기에 콘셉트를 잡는 과정과 개발 기획에서 아키텍처를 그리며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이슈들이 즐비하고, 정답이 없는 질문들이 쏟아져 나오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를 일들이 생긴다. 하지만 누구 하나 명쾌한 의사결정이나 정답을 줄 수 없었을 것이다.


아마 카카오톡 업데이트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사용자의 니즈에 맞게 콘셉트를 잡으려고 하면,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일단 사용자에 대한 정의를 만들기가 너무 어렵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이가 많은지 적은 지 등 인구통계학적 조건들도 있지만, 결혼은 했는지, 관심사가 무엇인지 등등 너무나 다양한 조건들이 있는데 단순히 사용자의 니즈에 맞게 하라는 내용만 있다면 확인하기가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사용자 니즈를 위한 설문조사를 한다고 하면, 전수조사는 불가능하니 일부 몇몇 조건으로 샘플링을 하거나 체험단 같은 것을 운영해서 니즈 파악을 할 것이다. 하지만 특정 주제를 하고 있는 서비스가 아니라면 적중률은 매우 좋지 않다.


사업부는 매출을 위한 기능을 넣으라고 하고, 개발은 신기술을 위한 기능을 넣자고 하고, 품질이나 CS는 문제가 안 생기도록 해달라고 할 것이다. 하나의 업데이트를 하는데, 같이 협의하고 생각해야 할 것들이 수두룩하다. 보통 그러면 특정 키맨이나 대표님에게 지휘권을 받은 특정 임원 한 명이 독단적으로 결정한다. 사실 일하는 직원 입장에서 특정인이 의사결정을 해주면 좋다. 하지만 내부 직원들의 대세적인 의견을 무시하면서까지 의사결정이 된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아무리 사업적으로 옳은 판단이라고 하지만, 갑자기 큰 변화를 준다면 문제가 분명히 존재한다. 아마 이번 카카오톡 사태에서도 내부 직원들이 많은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업데이트한다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되기 위해 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의 입맛을 맞출 수 없고, 성과를 위해 몇 가지에 포커스를 맞추며 일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본질을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 제품이 왜 세상에 나왔고, 왜 사랑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 또한 지금껏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이유가 있고, 사용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본인이 이 제품의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매출이 있어야 회사가 존재하고, 회사의 핵심은 이익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번 떠나 사용자는 다시 돌리기에 너무 힘이 들고, 그 이익은 사용자들로부터 나온다. 광고든 구독이든 온라인 판매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업데이트하면 익숙한 환경이 변화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불만을 가지는 몇몇 사람들이 있는 것은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은 사용자를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이 서비스에 맞는지 파악하지 않은 채 인기 있는 기능(숏폼)을 카피하여 넣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엄청나게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고, 예상 시나리오를 몇백 가지 생각해 봤을 것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기능을 카피했고, 적재적소에 적용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환경과 사용자, 제품의 콘셉트, 서비스의 의도, 향후 로드맵 등등 많은 이슈를 고려하여 진행된 업데이트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그렇게 업데이트를 계획하고 진행하니깐 말이다. 블라인드는 항상 부정적인 내용이 많이 올라오긴 하지만, 느낌상 내부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키맨이 내부 직원들과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기본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하고 의사결정이 된다면 보다 좋은 방향으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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