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힘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다..
어제 퇴근 시간에 약 1시간 정도 폭설이 내렸다. 순식간에 내린 눈이라 대책 없이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다. 평소와 똑같이 저녁 6시 반쯤 퇴근을 하는데,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첫눈이라 이쁘게 내린다고 생각하고 사진도 찍어서 와이프에서 보냈다. 버스를 타고 영동대교를 지나는데, 갑자기 예쁜 눈이 무서운 눈으로 바뀌면서 눈빨이 엄청 커지기 시작했다. 건대입구역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데, 대략 15~20분이 가던 곳을 40분 정도 걸려서 도착했다. 다행히 지하철은 아직 문제가 없어서 눈을 맞으며 귀가를 했다.
집 거실에서 한강 다리 위의 상황이 보이는데,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다리 초입에 가파른 구간이 있는데, 그곳이 엄청 미끄러워져서 몇몇 차들이 미끄러져서 멈춰있었고, 그 뒤로 어마어마한 차들이 줄지어서 서있었다. 올라가는 방향도 마찬가지고, 내려가는 방향도 마찬가지였다. 버스, 택시, 승용차, 트럭 등등 너무 할 것 없이 모두 멈춰 서서 하염없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때가 8시가 좀 안 됐던 것 같다.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사람, 미끄러진 차를 미는 사람 등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9시 정도 되어서 경찰차가 와서 확성기로 가이드를 주며, 제설차가 와서 가파른 부분에 염화칼슘을 뿌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통행이 원활해진 시간이 11시 정도였다. 저 다리 위에서 2~3시간 동안 꼼짝달싹 못한 사람들을 생각하니 정말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30분만 늦게 퇴근을 했었었도 엄청 힘들 뻔했다. 대전에서 출장을 온 동료가 있었는데, 6시에 서울에서 대전으로 출발했는데, 11시 넘어서 대전에 도착했다고 한다. 뉴스에서도 여기저기 난리가 났고, 사고도 많이 난 것 같다.
최근 조직개편과 학업, 미래 등 여러 가지로 고민할 일이 많이 있었다. 물론 예전처럼 그렇게 감정을 많이 사용하지는 않지만 그리 신경을 많이 안 쓰지는 못했다. 점점 내가 생각하는 방향성과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점점 더 달라진다는 느낌과 미래에 대한 걱정과 내가 앞으로 준비해야 할 일 등 고민이 많이 있다. 하지만 정답은 없고 고민보다는 실행이 답인 이야기들이다. 다시 한번 자연의 힘 앞에서는 나의 이런 사소한 걱정거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을 느끼게 해 준 하루였다. 며칠에 걸쳐서 내린 눈도 아니고 1시간 정도 내린 눈으로 아수라장이 되는 자연의 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이런 고민 따위는...
예전에 '코스모스' 책을 읽었을 때, 칼 세이건이 보이저 1호가 찍은 지구의 실제 사진을 보고 감상평을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저 작은 점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많은 피를 흘렸냐는 이야기와 우주에 비하면 우리 지구는 티끌 같은 존재이고 그 티끌보다 훨씬 작은 존재가 우리이고,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해했었던 기억이 난다. 살아가는 것이 힘들고 걱정이 많이 되지만, 이런 우주와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비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 뭔가 깨닫는 것 같다. 이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1시간 동안 내린 눈으로 발생한 이런저런 것들을 보면서 괜스레 코스모스의 구절이 생각이 난다.
'코스모스' 책 내용 중
"Think of the rivers of blood spilled by all those generals and emperors so that, in glory and triumph, they could become the momentary masters of a fraction of a dot."
"그 모든 장군과 황제들이 승리와 영광 속에서, 이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아주 잠시 지배하기 위해 흘렸던 그 수많은 피의 강물을 생각해 보십시오."
"Our planet is a lonely speck in the great enveloping cosmic dark. In our obscurity, in all this vastness, there is no hint that help will come from elsewhere to save us from ourselves."
"우리의 행성은 거대한 우주의 어둠에 싸인 외로운 티끌 하나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이 보잘것없음 속에서, 이 광대함 속에서, 우리 자신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줄 도움의 손길이 밖에서 올 것이라는 징후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진 속 오른쪽의 희미한 갈색 띠 중간에 보이는 아주 작은 0.12 픽셀짜리 점이 바로 우리가 사는 지구입니다.
- 출처: Gemini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