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질문하기
그녀를 누가 죽였는지가 궁금한건가요
아니면 그녀가 왜 죽었는지가 궁금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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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의 대사다.
사건을 해결하는 검경찰의 관점을 자문하는 것인데 일을 대하는 일반 직장인의 태도와도 궤를 같이한다. 그건 본인이 그일을 왜하는지에 대한 고민일 수도 있고 특정 과제를 어떤 부서원에게 맡길지에 대한 부서장의 고민일 수도 있다.
당장의 성과는 앞선질문의 답으로도 찾아지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뒷 질문와 유사한 방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전공이 경제학인데다 성격도 꼼꼼하지 못하여 지금 몸담고 있는 Accounting 과는 잘 맞지 않다. 처음에 너무 힘들어 앞 질문의 답을 내고서는 업무에 반발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에 앉혀 놓는것을 보고 질문을 후자로 바꿨다. 결론은 중급회계 책 구매. 모르는 것을 후배라도 붙잡고 물어보기. (여전히 뻘뻘대고 있지만 어쨌건 의미를 찾으며 기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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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시절 경제통계학을 듣는데 앞서 언급한 성격때문에 수학에 젬병인 나로서는 무척 힘들었다. 전공 필수만 아니었다면 나는 어떻게든 그 과목을 피했을 것이다.
박준용 교수님 수업이었는데 중간고사에서 문제를 풀다가 뒷부분 풀이가 막혀서 에라 모르겠다하며 글로 풀어썼다. '제가 계산한 것은 이만큼인데 그 뒤 과정은 이런 분포곡선이 되고 이부분 만큼을 적분한 값을 제 계산값으로 나누면 답이 나올것 같습니다.'
교수님 (혹은 조교님)의 배려인지 아량인지, 혹은 다른 학우들은 아예 그 문제를 건드리지 못한건지 몰라도 나는 어마어마한 점수를 획득했고 A+로 수업을 끝냈다.
이것이 가지는 효과는 대단했는데, 그뒤로 나는 왠지 통계학이 좋아졌고 이후 네번 낙방한 행시 2차 선택과목에서도 통계학만큼은 50점 만점 기준에 늘 40점 안팎이었다.
*여담이지만 대학 졸업할 때까지 내가 가장 좋아했거나 많이 들은 과목은 고등학교때 그토록 싫어했던 국사랑 통계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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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에 대한 고민도 유사하리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자기 인생에 독이 된다거나 시간만 허비하는 일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바꾸는게 맞다.) 그 의미를 찾는건 본인의 몫이고 그 방식은 올바른 고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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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후배들 고민상담을 좀 하다 떠오른 생각을
회식중 누군가 한말, 선배들이 현실이 싫다싫다 소리만하면 후배들이 더 목적을 잃어버린다는 얘기를 듣고, 써본다.
뒷 질문에 대한 답이 노.가 아니라면 일단 기다려볼 가치가 있다. 남들보다 잘하면 좋고 설사 전혀 엉뚱한 일일지라도 남들만큼은 하려 노력해야 한다. 내가 통계학을 좋아하게 될지 꿈에라도 생각했겠나.
2015년 8월 8일.
여차하면 페북 글들만 보아 매거진을 하나 더 낼까 한다. 글을 정리하고 한 데 취합하는 차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