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클리드 기하학이 업무와 무슨 관계라고.
얼마 전 누군가 인터넷(또는 방송)에서 제기한 질문이 생각난다. "우리나라 대학에 영업을 가르치는 학과가 있나요?". 이후 내 주변은 이 발언을 꽤 괜찮은 안주 삼아 맥주로 목을 축여가며 의견을 개진하곤 했다.
주고 받은 이야기들의 큰 줄기는 유사했다. 그 골자는 다음과 같다. 본 발언은 '사업=영업=판매=Sales'라는 식으로 좁게 본 것이다. 범위를 조금 넓힌다면 '마케팅'을 영업으로 볼 수 있을 것이고 더 넓게는 '경영학' 전반이 영업을 가르치는 학과라 할 수 있다. 아주 광의로는 심리학, 경제학, 법학, 공학 등 모든 과가 영업과 연관된다.
즉 쉽게 얘기하자면, '(제대로 업무하는 사람이라는 전제 하에) 회사에서 일 하는 사람치고 돈버는 것과 연관되지 않은 사람 있느냐.'는 말이다. 지원부서도 어떻게하면 돈을 더 잘 벌 것인지, 불필요한 사외유출을 막을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하면서 회사가 돈 버는 것을 돕고 있지 않은가.
갑자기 잡상이 들었다. 그렇다면 개인의 관점에서 이를 바라보면 어떻게 될까? 개인이 하는 모든 행위가 다 업무와 연관이 될 수 있을까? 예전 글들을 줄곧 봐 온 분들이라면 아시리라 생각한다. 업무 외적인 분야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을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충분히 업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내 지론이다. (내 글들을 관통하는 줄기는 '통합교과적 사고'다.)
나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섞어 읽는다. 고전은 물론이고 수학이나 과학 책도 읽는다. 정말 가물게 시집도 읽고 독서가 싫을 때 주로 가볍게 경영서를 읽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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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읽는 이유는 그것이 회사 업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수학쪽 책은 발상을 전환하는 데 도움될 때가 많다. 일례로 얼마 전에 읽은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생각해 보자.
'어떤 직선이 있고 그 직선 바깥의 한 점이 있을 때 그 점을 지나면서 직선과 평행한 직선은 하나다.'
이 명제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등장한 것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공리)에 의문을 제기해 보는 것. 이는 비단 수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직장에서 의례히 행하던 것에 의문을 품는 것도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
수학책을 보면, 단순한 반론 제기를 벗어나 이를 뒷받침하는 논거가 있어야 한다는 점까지 배울 수 있다. 그 쟁쟁한 천재들도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쳤고, 때론 누군가의 실패가 다른이의 성공 실마리가 됐다는 사실을 보는 재미는 덤이다. 논리와 꾸준함이 '다르게 생각하기'의 핵심인 것이다.
시집도 마찬가지다. 이 상황을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감탄하거나 특정한 함축을 보고 놀라는 것도 모두 업무에 연관지을 수 있다.
독서는 꽤 괜찮은 취미다. 예전 어느 기사에서 스트레스를 풀기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내용도 본 기억이 난다. 이런 훌륭한 취미 수단을 굳이 업무와 엮으려는 시도가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고픈 얘기는 이거다. 취미까지 업무와 반드시 엮으라는게 아니다. 업무 관련해서 뭔가 배우거나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마치 아르키메데스가 업무와 연관 없던 목욕탕에서 유레카를 외친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