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어디까지가 업무일까?
사실 두 개의 질문은 똑같다. 동일한 양의 무언가를 하는 사람을 놓고 생각해 보자. 업무의 범위를 넓게 정의하면 업무 외적인 것을 적게, 업무를 좁게 정의하면 외적인 것을 보다 많이 감내하는 것으로 보는 셈이다. 즉, 이 질문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다.
핵심은 일을 받아들이는 태도나 생각이다.
아, 지침을 받았으니 빨리 해내야지!
이 생각이 들면 본인에겐 '일'의 범주에 들어간 것이다.
업무 분배가(Job description) 명확하게 이뤄져 있다면 내가 수용(해야 할) 것과 쳐내야 할 것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생각을 할 필요도 없다. 그저 수용한 일이 좋거나 싫다는 감정 정도가 남을 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상에 칼 같이 분명한 경우를 찾기 쉽지 않다.
심지어 업무 분장이 명확하다는 외국 기업들도 직급이 높아질 수록 희미한 업무 정의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Manager의 뜻은 스스로 업무 범위를 정하고 그로부터 성과를 내게끔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것에서 비롯됐다는 사실만 봐도 이를 유추할 수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도 단순한 일일수록 업무 분장이 명확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생각을 해보자. 사람마다 감정의 역치가 다르다. 똑같은 일을 받았는데 누구는 내가 이런일까지 해야 하냐며 자존심 상할 수도 있고 누구는 내가 인정받는다고 느끼며 어깨가 솟을 수도 있다.
높은 분이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킨 경우를 예로 들기 적합하다. '내가 이런 일이나 하려고 비싼 돈 내고 학교를 다닌 줄 알아?', '오, 이런 개인적인 것을 내게 시키다니 내겐 사적인 것을 보여줘도 된다는 신호인건가!'.윗 문단은 이렇게 치환될 수 있다. 전자는 너무 꽉 막혀있는 반면 후자는 너무 정치적으로 보이는가?
그렇다면 이 정도 사고는 어떤가?
'내가 이걸 하면서 (높은 분) 기분이 좋아진다면 회사 전체가 편안 해질 테니까.'
이 또한 자기희생적인 신파극인가 아니면 받아들임직한 수준인가?
자신의 임계치가 어떤지 아는게 업무 범위 정하기의 첫단추다.
또하나 명심할 것이 있다. 임계치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산업별로 달라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호텔과 제조업을 비교하면 이해가 수월할 것이다. 이러한 고민은 처음 몸을 담고싶은 산업군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택시를 대신 잡아주는 것을 일로서 하고 싶은가? 혹은 업무 외적인 것이지만 그정도는 괜찮은가? 아니면 아예 그런 부류의 행동은 하고싶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