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남들이 하는 일에 품평을 하는 것은 쉽다. 오죽했으면 프로 바둑 기사들의 경기를 보면서도 훈수를 두는 필부가 그리 많겠는가. 하지만 막상 그 대국을 직접 마주하면 입장이 달라진다. 일단 시야가 아무래도 좁아진다. 무엇보다 이목이 집중된 그 부담을 이기기 쉽지 않다. (그래서 모든 프로는 일단 대단하다. 이런 부담을 언제나 이고 살면서 그것으로 밥벌이를 하기 때문이다.)
세상 대부분의 일이 마찬가지다.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일들이 많다. 제 3자적 입장에서의 품평은 어쨌거나 사후적이다. 그나마 감정이입을 잘 하는 사람은 '공감'이라는 것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감하는 사람과의 술자리도 결국 사후적이다.
모든 일을 직접 겪으며 배우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니, 불가능 보다는 불친절에 가깝겠다. 어쨌거나 우리에겐 실전같은 연습이 필요하다. 마치 고등학교 시절 수능을 대비해 줄기차게 보던 모의고사처럼 말이다.
좋은 예는 각종 성공, 실패 사례를 보는 것이다. 그들이 어떤 경로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배울 수 있다. 조금 기억력이 좋거나, 혹은 회사에서 그런 케이스를 잘 축적해 뒀다면 누군가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이를 참고 할 수 있다. (결과에 대한 보장은 없다. 결과는 내가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 심지어 동일한 선택을 하더라도 - 다른 조건에 의해 얼마든지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걸음 더 들어간 자세가 갖춰지면 정말 좋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 질문이 그것이다. 단순한 케이스 스터디를 벗어나 본인을 그 상황에 대입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고민을 더 깊이 해 볼 수 있다. 그저 듣고 익힌 케이스 스터디가 눈으로만 훑은 문제집 연습 문제라면,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고민해 보는 것은 실제 풀어 본 모의고사 같은 것이다. 모의고사를 많이 본다고 성적이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기록은 남는다. 눈으로 훑은 문제집은 그 권수가 얼마든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일견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은 방법이다. 당장 최근의 자신을 돌아보라. 어떤 어떤 일을 겪어 어찌 어찌 되었다는 누구의 얘기를 들었을 때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대부분 '어휴, 저런.' 내지는 '이야 잘됐네.' 수준에서 그쳤을 것이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고민해 본 경우가 얼마나 되는가? (로또가 된다면 나는 어찌할 것이란 얘기는 많이 들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고민해 본다고 답이 찾아지진 않는다. 그러나 눈으로 익힌 것 보다는 분명 내 속에 더 남는다. 내가 그 일을 겪으리란 보장은 없다. 그러나 내 경험치는 간접적으로 0.1이나마 더 쌓인다.
직장생활에서의 힘은 경험치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많음을 잊지 말자. (비례한다고 까지는 말하기 어렵다. 성공했던 과한 자신감이 되레 독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경험과 성장의 연관은 아래글에서도 쓴 바 있다.
https://brunch.co.kr/@crispwatch/20
그나마 중립적인 사람들도 타인의 긍정적 소식과 부정적 소식에 대하는 반응이 다른 경우를 종종 봤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에 대한 고민은 긍정과 부정 중 어느 쪽에 잘 구현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