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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Nov 15. 2018

당신은 어느 정도의 Capa를 업무에 쓰고 있습니까?

업무 캐파를 보는 관점

업무역량, 소위 캐파(Capacity, Capa)라 부르는 것에 대한 얘기다.

어느날 후배와 얘기하다가 나왔던 소재였다. "형은 가지고 있는 캐파의 **%를 업무에 쓰고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이 말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첫째는 그의 사람 보는 눈이 생각했던 것보다 넓다는 점에,  둘째는 내가 여기에 대해 진지하게 한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서였다.


우리는 어떤 업무가 요구하는 것에 비해 내 역량이 넘친다/부족하다 얘길 하지만 사실 둘을 엄밀하게 비교하지 않는다. 매일 이것에 대해 얘기를 하는 사람도, 알고 보면 육체적/심리적 피로도를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즉 숨 쉴 틈 없이 바쁘면 그날의 업무는 내게 버거웠다는 식이다. 심리적 피로도의 대표격인, 사람간의 스트레스는 캐파와 상관 없다. (물론 업무 요구 수준 대비 캐파가 차고 넘치는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대비할 여유가 좀 더 있을지 모른다.)


간단히 비유하면 이렇다.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밟은 대학생에게 덧셈은 쉽다. (문제 수준 대비 풀 수 있는 캐파가 크다.)
그러나 이들도 덧셈 천문제를 단 몇시간에 풀라하면 힘들다. (피로도의 문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한건지 아니면 진짜 캐파에 대한 고민을 해야하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일까?이 고민은 내 머릿 속을 떠돌다가 어느 회의 중간에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가 그린 캐파 도식도. 사진 찍느라 생긴 손그림자는 이해바란다.

자, 여기 내가 가진 캐파가 있다. 이는 A와 B라는 두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진 사각형의 크기다. 만약 사각형 전체의 크기가 타인보다 크다면 일단 캐파가 더 크다고 본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보면서 똑똑하다거나 박식하다거나 센스있다는 식의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데 내가 업무에 주로 쓰는 분야는 대부분 A영역이라고 하자. 물론 A만으로도 타인의 네모 전체보다 큰 사람도 있다. 어쨌거나 여기서 그런 이도류(!)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이 사람이 전체 캐파 중 작은 영역(A)을 업무에 주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대화가 시작된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회사에서 필요한(혹은 회사에서 내가 쓰고 있는) A만 본다. 그래서 그들은 내게 역량의 80프로를 쓰고 있으며 20프로만큼 더 노력하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A칸의 80프로가 찼다.) 반면 눈썰미가 좋아 상대방의 캐파 전체를 볼 수 있는 동료는 내게 왜 캐파의 30프로 밖에 쓰지 않냐고 말 할 것이다. (색칠 된 부분은 전체 네모에서 30프로를 차지할 뿐이다.)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적성에 맞는 일, 또는 역량을 한껏 발휘하고 싶은 일을 찾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형태의 사각형을 가졌는지 먼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중요한 갈림길에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이는 언뜻 좋아하는 일 vs. 잘 하는 일의 관계로 보일 수 있지만 약간 다르다. 좋아하는 일의 사각형 영역이 잘 하는 일의 사각형 보다 크기가 크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사각형이 덜 차 있어 상대적으로 즐겁게 여겨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고민을 잘 해야 한다.

https://brunch.co.kr/@crispwatch/23



멘토라고 여기는 선배를 찾기 쉽지 않은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멘토가 될 짐한 선배는 백명의 선배 중 한명이라도 있으면 다행인 정도다. 왜냐하면 올바른 조언을 위해서는 후배의 캐파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파악하는 눈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눈썰미를 가진 사람은 흔치 않다. 더구나 애정어린 조언을 하자면 후배에 대한 관심이 더해져야 한다. 그의 성격, 배경 등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멘토를 찾기는 더더욱 힘들어진다.

https://brunch.co.kr/@crispwatch/67




역량에서 어느 부분을 키울지 고민해야 한다. A를 더 키울지, 전체 사각형을 키울지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 아예 더 큰 B를 활용하는 분야로 옮기는 선택도 가능하다. 이는 그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정답은 없지만 적어도 남들이 하니까 따라한다는 식보다는 주관을 가질 수 있다.


참고로 A와 B를 나누는 기준도 정해진 바는 없다. 하나는 엑셀 다루기 같은 기능, 하나는 보고서 줄기 잡는 구성력이 될 수도 있다. 영업력과 분석력으로 나눠도 된다. 구분을 서너개로 늘려도 무방하다. 핵심은 자신에 대해 고민 해 보는 데 있다.




고민 뒤에 각자를 밝혀 주는 빛이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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