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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Oct 04. 2018

퇴사학 (또는 자격증론) (하)

직장생활에 필요한 헷징(Hedging)

상편에서는 근시일 내에 회사를 나가는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지금' 준비해야 하는 항목을 다섯 가지로 나눠 그 중 세 개를 짚어 보았다. 이는 커리어패스, 평판, 체력이었으며 나머지 지력과 지속성을 하편에서 다뤄 보겠다.


상편링크.

https://brunch.co.kr/@crispwatch/121




4. 지력


지력은 그 분야에 대해 갖고 있는 지식의 정도를 뜻한다. 언뜻 커리어패스와 유사해 보이지만 분명 다르다. 커리어패스가 방향성이라면 지력은 깊이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자격증도 여기와 연관이 된다. 대개의 자격증은 일반적인 수준보다 더 깊은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공인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심화된 지식을 다루기 위한 출입증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사람의 신변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면 자격증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대비의 첫걸음이 된다. 단, 너무 어려운 것이라서 수험 기간이 길어진다거나 낙방을 거듭하지 않도록 선택에 유의해야 한다.


핵심은 내가 그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마지막 조건인 지속성과도 연관지어 고민하면 좋다.




5. 지속성


이 조건을 어떤 단어로 명명할지 꽤 고민 했다. 유사한 주제로 동기와 맥주 한 잔을 기울이다 그의 제안으로 이 단어를 택했다. 내용은 간단하지만 앞선 모든 조건들 보다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한다.

'내가 새로운 환경 (새직장, 창업한 가게나 회사, 학교 등)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는게 요지다.


예를 들어 곧 닥쳐올 이직을 대비해 어떤 자격증을 준비한 사람이 있닥고 하자. 갓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시장에 나온, 동일한 자격증을 가진 젊은 사람보다 그가 가진 강점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또 다른 예도 있다. 특정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 다른 직장으로 스카웃 된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 분야의 큰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서도 계속 그 회사가 이사람을 붙잡아 둘 것인가? 그 일이 끝나자마자 '고생 많았어. 안녕.'이란 통보를 듣지 않을 수 있는가?


즉 이직시에는 이 지속성이 가장 큰 화두를 차지해야 하고, 자의가 아닌 퇴사를 대비한다면 지속성을 가진 분야를 찾는 데 애써야 한다.




상편 서두에서도 밝혔지만 역시 이런식으로 개념을 인수분해 하면 딱히 손에 잡히는 재미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내가 어떤 분야가 어떻게 부족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는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다.


이쯤에서 왜 이 고민을 하게 됐는지 밝히고자 한다.


어느날이었다. 그날도 딸과 무척 재미나게 놀았고 아직 호흡이 가다듬어 지기도 전에 딸의 바깥 먼지를 씻기고자 욕실에 들어갔다. 자그만 얼굴을 씻기는데 문득 참 예쁘단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도 모르게 중얼 거렸다.


돈을 오래 벌어야 겠다.


그렇게 시작된 잡상이었다.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대뜸 이 나이에 로스쿨에 진학하겠노라고 외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디서부터 고민을 해야할지 몰랐다.


그러다가 줄기를 찾았다. 돈을 오래 벌려면 퇴사를 하더라도 곧장 새로운 곳을 찾아야 한다. 즉 직업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그러자면 매년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매 나이 때마다 걸맞은 자격증 리스트를 정해둔 뒤, 안 잘리고 그 해를 넘기면 다음 자격증을 염두에 두는 식으로 한 해씩 넘기다가 어느 순간 불길한 신호가 오면 그 나이에 맞는 자격증  준비를 하면 될까?


진리는 단순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인생이 그리 단순하던가. 몇 개월 고민 끝에서야 정답도 없이, 다섯 가지 요소로 겨우 정리를 했다.


허술하나마 제시해 보는 이론이다. 연습문제는 각자의 몫으로 남긴다. 연습문제는 곧 실전이다.






원치 않는 퇴사가 아니라 자의로, 계획에 따라, 탄탄한 성장 코스로 이동하는 보람이 가득하길 빕니다. 

(facebook의 셰릴 샌드버그는 직업에서 사다리가 아니라 정글짐을 타라고 말했다. 위만 보지 말고 횡과 종을 자유롭게 오가란 뜻이다. 이 역시 마음에 담아 둠 직 한 말이다.)


공부는 '인생'을 위해서 하는 것이란 내용이 있다. 그런 맥락이라면 인생의 중요 사건을 이론화 하는 것도 꽤 재미난 공부가 아닐까 자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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