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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Jan 29. 2019

선배가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마음

퇴사 얘기, 번복해도 된다.

지금 보다 한참 전의 얘기다. 해당 얘기의 당사자는 나와 일할 때와 다른 영역에서 멋지게 삶을 꾸려가고 있다. 술을 거하게 마셨던 날, 얼마 전 연락이 닿은 그가 문득 생각 나 글을 남긴다. (발행했다가 취소하고 다시 올리는 글이다. 역시 술김에 뭔가를 쓰면 안 된다.)


그는 일을 무척 잘했다. 스스로는 매우 힘들어했지만 주변의 평판이 좋았다. 어느 날 그가 내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우려했던 바와 같이 퇴사에 대한 얘기였다. 나는 그의 말을 가만히 듣고 나서 얘기했다.


힘들었을 텐데 얘기해 줘 고맙다.
판단은 너와 와이프가 내리겠지만
하나만 기억해 줘.
지금 이 얘기를 내게 털어놓았다고
신경 쓰지 말고 언제든지 맘 돌아서면
말을 번복해도 된다는 것만 기억해 줘.



 

그는 한 번을 번복했고 그 뒤 한 번에선 실행에 옮겼다. 어떤 사람이든 퇴사 소식을 들으면 맘 한 켠이 허하다. 그의 얘기를 듣고 한참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가 어떤 일을 하든 성공할 줄 알았다. 그는 일을 주어진 대로 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하며 했다. 그래서 선배가 넘겨준 밑자료에서도 오류를 찾아내고 그것을 수정했다.


우리가 고마워했던 그 부분이, 그에게는 업무 부담이 된 줄 몰랐다. '그를 거쳤다면 믿을 만 하지.'라는 내 생각 이전에 그가 느꼈을 부담이나 분노를 감내하지 못했다.


나는 뒤늦게 그게 참 미안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의미 없는 위로가 갖는 부정적 효과에 대한 글을 보면서 괜스레 그가 떠올랐던 것도 같은 연유에서였을 것이다.




그래도 단 하나 위로가 되는 것은, 그에게 번복해도 된다는 얘기를 했단 사실이다.


직장 생활을 하고, 그 사이 몇 명의 퇴사 인사를 들으면서 생각이 확고해졌다. 퇴사 고민을 들어주는 것. 그리고 그 말을 번복해도 된다고 얘기해 주는 것. 그 일련의 과정에는 그가 그만두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그러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직장인으로서, 선배로서 가질 수 있는 마음의 최대치는 어쩌면 이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참 많은 동료, 후배들이 내게 고민을 얘기해 줬다. 그들의 그 마음은 지금 생각해도 고맙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멋지게 인생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내 삶을 다잡곤 한다. 인연이란 참 고마운 것이라 실감한다.


그대들, 사랑한다! 그리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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