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그렇게 살아간다.
어머!
왜 이렇게 느끼해 지셨어요?
나이가 들면서 머리카락이 조금이나마 가늘어진 덕분인지 머리 기를 맛이 나서 최근 몇 달 째 기르는 중이다. 예전엔 머리가 너무 거칠어서 눈썹 아래로 길러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늘 짧은 머리만 했다. 그게 어색했던 걸까. 오랜만에 본 후배가 대뜸 저리 말했다.
나도 응수를 할 수 밖에.
이번 설에 장모님이 보시더니
테리우스 같다고 하시던걸!
자리에 모인 모두가 박장대소를 터뜨리며 웃었다. 조금 못난 면도 다들 감싸는 맛에 산다. 얘기를 하다가 문득 예전에 적었던 글이 생각나 옮겨 와 본다.
군대 훈련소 시절의 이야기다. 총 100일 가까이 되던 장교 기본 군사 훈련의 중간에 다다라 갈 때 쯤인 것 같다. 동기들끼리 친하기도 친해질 무렵, 소대 대항 축구 대회가 있을 것이란 소식이 들려왔다. 힘든 훈련 중 단비같은 휴식(?)의 순간이 되리란 기대와 더불어 솟아 올랐던 것은 이겨야 한다는 호승심이었다.
그에 따라 선수를 선발하는 자리는 진지한 분위기를 띨 수 밖에 없었다.
A : 후.. 나는 호나우두 처럼 저돌적인 돌파를 추구하는 스타일이야.
B : 그래? 나는 지단 처럼 경기 전체를 조망하며 중원을 호령하는 스타일이지.
저 대화는 90% 이상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오차가 있다면 제대한 지 오래된 내 기억력의 한계일 뿐이다. 그렇게 그 둘은 소대 대표 선수가 되었다. 남은이들은 가만 있을 수 없었다. 우린 치열하게 응원가와 구호와 동작을 연습했다.
대망의 대회날, 우리는 경기 속도를 조절할 줄 아는 지단의 패스를 받은 호나우두의 저돌적 돌파 뒤 연이은 슛을 기대 하며 응원석에 섰다.
"지단은 어딨는거냐!"
"호나우두, 호나우두는?!"
"아 그냥 골대 쪽으로나 공을 차라고!"
우린 그날 '응원상'을 받았(던 것 같)다.
---
다들 그렇게 사는 것 아니겠나. 어느 정도는 포장도 하고 그걸 알면서 때론 놀리고 때론 더 포장해주며 내편을 들어주는 주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