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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을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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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Jan 27. 2019

딸과 단 둘이서 1박을 했다.

비록 본가로 간 것이지만.

딸아이가 여섯 살이 되고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확실히 독립성이 커졌다. 혹은 말이 (좀) 더 잘 통하게 된 덕인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그렇게도 엄마 껌딱지이던 그녀가 요새는 내 손만 잡고도 곧잘 외출을 한다. 장족의 발전이다.


주말이면 그녀 손을 잡고 외부로 향했다. 토요일 한 시경 광화문 근처의 주기적 일정부터 이후 자유시간과, 연이은 일요일의 외출들. 그 몇 시간들이 쌓여가자 문득 욕심이 생겼다.


너 혹시 아빠랑만
할머니, 할아버지 뵈러 다녀오지 않을래?


뜻밖에 그녀의 대답은 시크하게도 "응, 좋아!"였다. KTX를 타더라도 무려 세 시간의 거리라는 것을 알고도 나온 반응. 나와 와이프는 약 삼 주간의 텀을 두며 수차례 확인을 거듭한 뒤 드디어 실행에 옮겼고 지금 상경하는 기차 안에서 글을 쓴다.


밤이 늦도록 재잘재잘 할머니 할아버지와 말이 되는 것과 되지 않는 이야기가 섞인 대화를 늘어놓고선 두 분의 품 사이에 몸을 뉘인 지 3분도 되기 전, "난 아빠랑 잘래." 하며 이내 내가 누운 방으로 오긴 했지만 내 품을 파고들며 새근새근 잠이 든 것을 보면서 맘이 참 묘했다.


아빠 없이 할아버지 손만 잡고 놀이터를 다녀오겠다더니, 오는 길엔 기어이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을 한 손 가득 쥐고 왔다. 아빠의 아빠가 사 준 건데 괜찮지?라는 표정 한가득, 입엔 달콤함 한가득 넣고 씨익 날 보고 웃는다.


어느새 많이 컸구나 생각했다.


며칠 전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마주친 타 부서 분께서 말씀하셨다. "아이구 이제 아저씨 티가 팍 나네!". "전 중학교 때부터 이 얼굴이었는걸요~!" 하며 웃어넘겼지만, 사실 딸이 커 간 것을 생각하면 나도 딱 그즈음만큼 나이가 든 게 사실이다.


세상 어느 일들과 마찬가지로 자식을 키우는 것에도 일장일단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 아이가 커 가는 모습은 진심 아름다운 광경이다. 제 발로 걷고 제 손으로 음식을 먹고, 급기야 제 생각을 피력하기 시작할 때 아이들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본다. 눈 앞이 아찔할 정도로 대단한 그 무한대 앞에서, 이미 어느 정도는 한계를 가져버린 우리들의 삶을 가끔 마주하는 슬픔. 그 정도가 아이 키움의 단점이 될까?


어쨌거나 시간은 흐른다. 빛의 속도로 꾸준히 쉬지 않고 흐른다. 그 사이를 채우는 것은 나의 몫이자 내 딸 스스로의 몫이기도 하다.


부디, 그녀의 영역에 내가 과한 침범을 하지 않기를.

그리고 그녀 역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길 빈다.


We're in the mirror!!



부모로서의 고민들.

https://brunch.co.kr/@crispwatch/9

https://brunch.co.kr/@crispwatch/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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