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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Aug 10. 2019

자칫하면 미국에서도 번아웃될 수 있다.

때론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이제 미국인들, 아니 전 세계 사람들도
한국인이 부지런하다는 것을 다 알아.
은근히 그걸 이용해 먹는 사람들도 생겼지.


미국에서 오래 사신 분께 들은 얘기다. 간담이 서늘했다. 나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이곳 부서 사람들보다 모든 면이 부족하니 부지런함이라도 살려야겠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내가 이 늪에 빠지지 않았던 것은 좋은 주변 동료들 덕분이었다.


"강철근육, 왜 일찍 가지 않는 거지? 지금처럼 이동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일찍 퇴근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야 해. 가족들도 힘들거야. 초반부터 한국에서 네가 내던 퍼포먼스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너무 염려마. 지금은 가족에게 더 집중할 때라구."


수시로 내 자리로 찾아 와 이런 얘기를 해 주는 동료가 두세 명은 되었다. 그들은 어떻게 일하는지를 가르쳐 주었고 업무 배경도 다양하게 설명해 줬다. 그 덕에 나는 지금 그들과 유사한 태도로 일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매 순간 열심히 무언가에 매진하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어떤 프로젝트를 받았을 때 그게 웬만큼 큰 게 아니고선 일주일 이상의 기한을 받게 되면 '시간이 남으면 어쩌지?(=노는 것 처럼 보이면 어쩌지?)'라는 고민을 한다. 실상은 노는게 아니고 프로젝트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일지라도 겉으로 보이기에 손이 바쁘지 않으면 자연스레 이런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곳은 대부분 프로젝트가 최소 한 달이다. 대신 단발성으로 끝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야말로 Big picture를 염두에 두고 느리지만 묵직하게 굴러간다. 얼마 전 막내 직원이 부여받은 프로젝트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특정 리포트를 자동화하는 것이었다. 그는 몇 주간 키보드엔 손도 대지 않고 사무실 벽 화이트보드에 아이디어들을 적기만 했다. 그 사이에 어떤 것을 하든 누구도 상관 않았다. 왜냐하면 무슨 일에든 고민이 필요하고 그 고민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기한에 맞춰 결과물을 냈다.

그는 또 다시 넉넉한 기한의 연이은 프로젝트를 부여 받았다.






케인즈가 말했다. 주어진 변수가 바뀌면 함수를 수정해야 한다고. 우리 역시 처한 환경이 바뀌면 태도, 나아가 이를 지배하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것이다. 정착 초기, 업무에 대한 집착을 줄이자고 매일 출퇴근길에 되뇌었다. Work와 Life 사이에서 어떻게 비중 조절을 할지 매일 주문을 외웠던 셈이다. 쉬운 것에서 어려운 것으로 이동하는 일은 어렵다. 그러나 그 반대의 방향이라고 해서 결코 쉬운 건 아니다. 어쨌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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