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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Aug 04. 2019

과거로 다시 돌아가고 싶니?

다시 돌아간들 그 역시 나이기에.

아이들은 참 이쁘단 말이지.


얼마 전 생겼다는 키즈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은 내달렸다. 아이들이 잘 보이는 한편에 친구와 나는 자리를 잡았다. 출산 휴가의 마지막 날이었다. 친구는 내 휴가가 끝나기 전에 얼굴 보자는 연락을 했었고, 몇 번의 조율 끝에 우리는 금요일 오후를 택했다. 업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 가능한 일을 하는 친구 덕분에 평일 오후 우리는 키즈카페에서 볼 수 있었다.


일정을 조율하는 동안 우리는 장소보다 만날 날짜를 먼저 정했다. 문득 친구가 조심스레 물었다.

- 이거 우리 둘이서만 보고 술 한잔 하고 그런 것 아니지?

- 지금 우리 상황에서 그러자고 권하는 쪽이나, 그것에 응하는 쪽이나,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 있을까?


만으로 따지자면 나와 내 친구의 아이들은 나이가 모두 같았고 묘하게도 첫째와 둘째 성별은 정 반대였다. 외로운 미국 생활에 단비처럼 대학 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아이들의 나이까지 비슷하니 생활의 여러 측면에서 실로 고마운 일들이 많았다. 이번에도 그는 몸조리에 힘들 내 와이프를 배려해 준 것이었다. 내 와이프가-더불어 친구의 와이프도-조금은 덜 번잡하게 있을 수 있도록 두 아빠는 각자의 첫째들을 데리고 키즈카페에서 만났다.


대학 때부터 자타가 공인하는 '가정적인 남자'가 될 것 같았던 친구는 결혼과 육아를 겪으면서 그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몸소 증명하여 주었다. 그러하기에 내달리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내뱉은 혼잣말은 가식이 아니었다.


- 아이들은 참 이쁘단 말이지.

-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니까. 순수한 거지. 어떠냐, 저 시절로 돌아가고 싶으냐?

- 아니, 그렇진 않아.


의외의 대답을 듣고 잠시 놀란 틈을 타, 친구가 계속 말을 이었다.


- 일단 저 나이 때는 시간이 엄청 느리게 간대. 뭐 그거야 어쩔 수 없는 것이니 그렇다 칠 수 있겠지만.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서 뭐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거든. 그냥 내가 살아온 대로 그만큼 자고, 공부하고, 놀고 그럴 것 같아서 굳이 두 번 반복해야 하나 싶다. 지금의 지식을 그대로 들고 과거로 간다면 모를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지식을 그대로 가지고 과거로 가면 시행착오를 줄이고 후회를 덜 할 수 있을까? 아마 쉽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생은 단 몇 가지의 선택지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과거로 돌아가 행정고시를 준비하지 않고, 사법고시로 옮기든 아예 이과로 가서 의대로 갔다고 한들 그게 내 인생에 걸맞은 성공적인 정답이 될 수 있는 한정된 답안지가 아닌 것이다. 되레 진짜 인생을 바꿔 줄 큰 갈림길은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 책 속 한 구절일 수도 있다. 과연 과거의 자신에게 "그때 그 책을 더 주의 깊게 읽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결국 과거의 나를 보며 드는 '후회'는, 지금의 내가 타인을 보며 느끼는 '부러움'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친구가 한 말이 더 와 닿는다. 어차피 부러움을 느끼는 나란 존재가 변하지 않는다면, 과거를 달리해서 다시 다른 모습으로 지금에 이른다 한들, 부러움을 느끼는 대상은 언제 어디서나 있을 것이기에 지금과 달라질 것이 딱히 크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키즈카페와는 조금 다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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