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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을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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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Sep 04. 2019

동요로 배우는 '감정의 무서움'

심리학을 알아야 합니다.

딸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놀고 있었다. 요즘 딸의 관심사는 오롯이 '닭'으로 쏠려있다. (그렇지만 치킨은 먹고 싶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사서 오면 내 것을 다 뺏어 먹는 이유는 무엇?) 그래서 우리는 닭이 나오는 노래를 찾았다. 그리고 인형들과 함께 흥얼흥얼 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귀여운 꼬마가 닭장에 가서
암탉을 잡으려다 놓쳤다네.
닭장 밖에 있던 배고픈 여우
옳거니 하면서 물고 갔다네.
꼬꼬댁 암탉 소리를 쳤네 
꼬꼬댁 암탉 소리를 쳤네.
귀여운 꼬마가 그 꼴을 보고
웃을까 울-까 망설였다네.


노래를 다 부르고 닭 인형들과 놀이를 하려던 찰나, 문득 잡상이 들었다. 꼬마는 웃을지 울지 왜 망설였을까? 경제학적으로 보면 꼬마는 무조건 울어야 한다. 재산의 순 손실(Net Loss)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제학적으로 해석이 어려운 경우, 심리학적으로 풀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우선 꼬마의 입장에 스스로를 대입해 보기로 했다. 내 손을 얄밉게 빠져나간 닭이 이내 여우에게 잡혀가는 모습을 본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고녀석 고소하다!'라고 나도 모르게 생각했을 것만 같았다. 고소함이라는 순간의 감정이 경제적인 손실, 닭의 고통 등을 모두 덮어버린 것이다.


잡상이 여기까지 이르자, 군대 시절 어느 어른께 들은 일화가 오버랩되었다.


늘 같은 비행기를 모는 기장이
부기장을 그렇게 괴롭힌 거야.

몹시 화가 난 부기장은
자기도 모르게 주문을 외웠대.

"추락이나 해 버려라!".
그 비행기가 추락하면 자기도 죽는데 말이야.



감정은 때론 모든 것을 뒤덮는다. 통상적인 은유를 하자면, '우리 눈을 멀게 하는 것'이다. 감정이란 녀석에게 매번 질 것을 알지만, 그래도 상대에 대해 알고 극복해 보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에서 번역본으로 읽었던 책인데, 얼마 전 서점에 간 김에 원서로 다시 선택했다. 번역본 : 조너선 하이트, 『바른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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