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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Sep 17. 2019

예측 불가 시리즈 (2) : 운동

무분할 운동법을 하는 이유.

지금부터 하려는 운동 얘기는 헬스에 국한된다. 다른 표현으로는 웨이트 트레이딩, 바디빌딩, 웨이트 리프팅 등이 해당한다. ("육체미!")


근육을 키우는 원리는 이렇다. 무거운 물체를 드는 행위로 근육에 미세한 상처를 준 다음 그 상처가 아물면서 더 크고 강한 근육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강조되는 개념이 있다. 운동으로 상처가 난 근육이 아물기 위해 필요한 '휴식'이다.


피로도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근육이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48시간 정도라고 한다. 만으로 이틀을 쉬어야 한다는 소리다. 언뜻 듣기엔 그게 뭐 대수일까 싶지만 운동을 즐겨하는 이들에겐 아주 두려운 시간이다. 운동 직후 펌핑됐던 팔뚝은 서너 시간만 지나도 줄어드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런데 하물며 48시간이라! 내 몸이 좀비처럼 쪼그라들까봐 겁이 날 것이다. 이는 비단 운동에 심하게 중독된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래서 분할 운동법이란 게 생겼다. 운동하는 부위를 쪼갬으로써 휴식기에도 불안함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월 : 가슴 / 삼두 → 화 : 등 / 이두 → 수 : 하체 → 목 : 가슴 / 삼두 → 금 : 등 / 이두 → 토 : 하체 → 일 : 완전 휴식. 한 부위가 어떻게 반복되는지 살펴보면 분할에 따른 루틴을 알 수 있다. 가슴운동을 참고로 살펴보면 월요일에 운동 한 뒤 이틀을 쉬고 목요일에 다시 한다. 48시간 이상을 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요일에는 다른 부위 운동을 하며 체력 단련을 지속할 수 있다. 이로써 불안함을 줄일 수 있다. 주기를 보면 알겠지만 크게 신체를 3등분 한 방법이다. 이를 일컬어 3 분할 운동법이라 부른다.


사실 3 분할 운동법을 하는 정도만 되어도 상당히 운동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 봐야 한다. 48시간을 쉬어야 할 만큼 근육에 자극을 주며 운동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 심하게 운동하는 사람도 있을까? 당연하다. 프로급의 선수들은 심지어 5 분할 운동을 하기도 한다. 신체를 다섯 등분한다는 소린데, 한 부위를 일주일에 한 번 운동하는 셈이다. 하루에 그 부위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사람에게 적합한 운동법이다. 이런 사람들은 가슴도 위, 중간, 아래, 바깥쪽, 안쪽 등등을 모두 나눠서 일일이 자극해 준다.


어쨌거나 분할법은 운동과 휴식을 적절히 고려한 좋은 방법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운동을 업으로 삼지 않은 이상 헬스장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는 것이다. 3 분할 운동을 하고 있는 직장인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그가 회사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 생각해 보자. 즉, 주말에는 운동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월 : 가슴 / 삼두 → 화 : 회식 → 수 : 등 / 이두 → 목 : 하체 → 금 : 가슴 / 삼두. 언뜻 생각하기에 크게 무리될 게 없다. 회식이나 출장 등으로 운동을 건너뛰면 운동이 가능해진 날 원래 예정했던 부위를 운동하면 된다. 그러나 사람 마음이 말처럼 쉽지 않다.


이 사람은 다음 주를 생각한다. "아니, 이러면 xx부위를 다음 주엔 (원래 예정인 두 번이 아니라) 한 번 밖에 못 하잖아!". 그러면서 그는 원래 계획대로 다음 주 월요일에 가슴부터 재차 시작하기로 한다. (Monday is Benchpress day in the whole world!라는 우스개가 있다.) 그러나 또 회식이나 출장이 생기고, 그는 스케줄을 망친다.


설사 순번대로 차근차근 진행해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심리적 아쉬움의 핵심은 순번이 아니라 횟수이기 때문에 미처 일주일에 두 번을 다루지 못한 부위를 가진 채 주말을 쉬는 게 내심 불안한 것이다.


이렇게 일정이 불규칙하고 예측이 힘든 경우, 나는 무분할 운동을 한다. 무분할 운동은 말 그대로, 부위를 나누지 않고 하루에 모든 신체 부위를 다 운동한다는 뜻이다. (가슴, 등, 하체, 팔) 그러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아니냐 반문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각 부위를 1~2개 정도로만 조절하면 된다. 특히 세트, 반복 횟수까지 조정하면 오히려 분할 운동보다 더 빠르게 끝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 45분 운동 + 샤워 등 마무리해서 총 1시간이면 마친다.


아니, 48시간을 쉬어야 한다며? 만약 일정이 불규칙해서 무분할 운동을 했는데 갑자기 일주일 다 운동을 갈 수 있게 된다면 낭패가 아닌가? 그런 경우 역시 무분할을 지속하되 운동법이나 부위를 조금씩 바꾼다. 가슴 운동을 예로 들 경우 이런 식이다. 월 : 바벨 벤치 프레스 → 화 : 인클라인 덤벨 프레스 → 수 : 딥스 → 목 : 케이블 체스트 프레스 → 금 : 바벨 벤치 프레스. 또한 무게나 횟수도 조절한다. 고중량과 저중량을 오간다든지, 횟수나 세트를 짧게 조정한다든지 말이다.


이렇게 무분할로 운동을 하면 좋은 점이 많다. 우선 매일매일 모든 부위를 다루니까 불안함이 없어진다. 또한 일정에 구애받지 않으니 마음이 편하다. 마지막으로 대체로 더 빠르게 끝낼 수 있기 때문에 개인 시간 관리에 좋다.


참고로 무분할로 아주 크고 우람한 몸을 만드는 것엔 한계가 있는 듯하다. 물론 요새 내가 내 몸무게 이상으론 어떤 것도 들지 않으며 조심하는 탓도 있지만 아무래도 무게까지 매일 치면 몸이 버텨내기 힘들다. 그래서 불규칙한 일정과 몸의 펌핑까지 생각했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했던 것은 2 분할이었다.


어쨌거나 이번 글의 결론은 (무분할이 최고라는 게 아니라-) 이것이다. 운동에 너무 집착하지 말 것. 그러나 집착을 떨쳐낼 수 없어 스트레스를 너무 받는다면 오히려 운동과 무관한 '당신의 일정'에 운동법을 맞춰 변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 즉 때로는 신발에 발을 맞추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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