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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Nov 27. 2019

거래 :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들자.

MBS - TBA라는 것을 들어보셨나요?

MBS - TBA를 아는가? 

모른다면 MBS는 아는가?

아니면 Mortgage는 아는가?

마지막으로, 서브프라임 사태는 들어 보았는가?




Mortgage는 '장기 주택담보대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10~30년 정도의 긴 시간 동안 원리금을 갚아 나가는 그 상품 말이다. MBS는 Mortgage Backed Security의 약자로, 이러한 모기지를 바탕으로 만든 금융 상품을 말한다. 


여기 은행이 있다. 그리고 집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이 있다. 그 고객은 은행에 찾아가 자신의 금융 상태를 보여주며 충분히 대출을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은행은 이를 심사해 대출을 실행한다. 모기지가 형성된다.


은행은 그 고객에게서 원리금을 꾸준히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30년은 너무 길다. 그래서 시장에 이 모기지를 판다. '여러분 이 상품 좀 보세요. 건실한 상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실행한 대출입니다. 매달 xx만원 씩 꾸준히 들어오는 만기 30년짜리 채권이나 다름없어요. 심지어 집도 담보로 잡고 있답니다. 어때요, 안전해 보이죠?'


은행은 해당 모기지를 조금 낮은 가격에 금융 시장에 내놓는다. 그리고 이를 투자자가 사 간다. 이게 MBS의 간단한 형식이다.


때론 이를 좀 더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여러 개의 모기지를 묶는 것이다. 그러면 이를 판매하는 쪽에서는 운신의 폭이 좀 더 커 진다. '신용 상태가 조금 낮은 사람 대출이 끼어있긴 한데, 그래도 건실한 사람 대출이 70%는 되도록 엮었으니 전반적으론 어지간한 금융 상품보단 수익률이 괜찮을 겁니다. 어쨌든 집을 담보로 잡고 있잖아요?'


집값이 계속 오르던 시절, 어쨌든 집을 담보로 잡고 있는 MBS는 상당히 리스크가 낮은 상품처럼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신용 등급이 낮은 사람의 대출을 점점 더 늘렸다. 이때 이러한 낮은 등급의 모기지를 'Subprime'이라고 불렀다. 


집값 상승이 멈추고, 담보로 잡은 주택의 가치가 모기지 대출금보다 낮아지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세입자는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투자자는 손실을 보기 시작했다. MBS에 투자를 급격히 늘렸던 투자은행들이 휘청 거리자, 이는 신용 경색을 일으켜 더 많은 세입자가 거리로 나앉고 집값이 추가로 폭락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됐다. 이게 서브프라임 사태의 요약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재무성이 엄청난 지출을 감행했고, 연방준비은행은 많은 부실 MBS를 사 들였다. (각주 1) 이게 2006~7년의 일이다. 위기는 겨우 마무리되었지만 MBS, 적어도 서브프라임이라는 명칭은 많은 사람들에게 위기의 원흉으로 알려졌다. 신용평가 기관들은 더욱 날을 세우고 이 상품들을 바라보게 됐다. 


그러나 일부 자료에서 밝히듯, 당시 MBS를 공식적으로 발행하던 국책 기관들의 (페니매, 프레디 맥) 상품은 꽤 건전한 수준이었으며, 위기의 발단은 대부분 민간은행이 만든 상품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그리고 MBS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집값 상승이 무한할 것이라는 기대와 그에 뒤따른 투기 심리가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그렇기에 MBS는 지금도 활발하게 발행되고 거래되고 있다. 사실 MBS와 같이 대출을 바탕으로 만든 상품은, ABS (Asset Backed Security) 중 하나로서 실물이 뒷받침된 금융상품이라 상당히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와 유사한 예로, 학생대출(Student Loan), 자동차 대출(Car Loan)을 기반으로 만든 상품도 있다. (각주 2)


그러다가 MBS-TBA라는 흥미로운 상품이 등장하게 된다. TBA는 To Be Assigned의 준말이다. 원래 MBS가 은행이 고객에게 팔았던 대출 상품을 금융 시장에 되판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고객에 실행한 대출 상품을 금융 시장에 내놓긴 할 텐데, 정확하게 어떤 상품을 내놓을지 나중에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아니,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MBS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이미 눈치챈 분들도 있겠지만, MBS는 그 밑바탕이 대출 상품일 뿐, 매월 얼마씩 금액을 받고 만기가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일반 채권과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일반 채권은 만기가 다 되기 전에 얼마든지 또 팔고 사는 거래를 할 수 있다.


은행은 이 점에 주목하여 새로운 상품을 만들었다. 어차피 MBS를 산 투자자들은 최종 고객이 대출금을 다 갚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MBS를 시장에 계속해서 사고 판다. 그리고 은행은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대출 거래를 실행하고 회수한다. 그렇다면 굳이 지금 시점에 고생해서 MBS에 일일이 구체적인 대출상품을 매칭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상품을 내놓는다. 'MBS이긴 한데, 사실 그 밑바탕이 되는 주택담보대출을 구체적으로 링크시키진 않았어요. 다만 만기는 15년에 이자는 연 5% 짜리로 신용 등급 A인 사람이 실시한 대출. 만기가 되면 이 조건에 꼭 맞는 상품과 매칭을 시켜 줄게요.'. 이것이 바로 MBS-TBA다.


즉, 복잡함을 단순화한 것이다. '세상에 많은 주택담보대출이 있지만, 여러분은 다른 것 고민하지 마시고 만기와 금리, 그리고 등급만 생각하세요. 구체적인 상품은 저희가 만기 때 맞춰 드립니다. (아, 물론 여러분이 그전에 이 상품을 도로 파실 것이라는 것을 저희는 알지만요.)'


새로운 상품이 탄생했고, 이러한 단순화는 거래의 용이함을 불러왔다. 




물론, 이러한 단순화는 상품을 만들 때 다시 한번 운신의 폭을 제공하는 만큼 리스크가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품이 팔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MBS를 비롯한 대출 상품 기반의 금융 상품들은 다른 금융 상품과 다른 한 가지 특성이 있다. 


일반적인 금융 상품은 금리가 높아지면 지금 상품을 해지하고 새로운 고금리 상품으로 갈아 탈 유인이 커 진다. 반면 대출 상품은 이와 정 반대다. 시장 금리가 낮아지면 지금 대출을 해지하고 새로운 저금리 상품으로 가입할 유인이 생긴다. (각주 3)


먼저 투자자의 입장에서 이를 보자. 구체적으로 모기지가 연동된 MBS를 가지고 있는데 금리가 낮아져 대출 실행자가 일시에 대출금을 갚아버리고 저금리 상품으로 환승했다고 치자. 투자자 입장에서야 손실 없이 원금을 회수했으니 손해 볼 것은 없지만, 본인이 예상하던 투자 기간과 현금 흐름에 변화를 줘야만 한다. 이는 예금을 중도 해지했을 때 이자가 확연하게 줄어드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은행 입장도 마찬가지다. 투자가가 위와 같은 리스크를 싫어할 것은 안다. 그리고 어차피 만기 전에 MBS를 시장에 사고팔고 할 것임을 안다. 굳이 일일이 매칭 하는 것은 투자가에게 매력적이지 않으면서 본인들의 수고만 높인다. 


이처럼 생산자, 구매자 양측 모두의 필요성이 있기에 MBS-TBA가 활용되는 것이다. 물론 리스크 측면에서 고려할 부분이 있기에 정규 MBS와 비교했을 때 어떤 게 더 활발하게 거래되는지는 따로 알아봐야겠지만, 논리적으로는 그렇다는 거다. 




말이 길었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단순하다. 복잡하고 많은 모기지가 있다. 그것을 무턱대고 시장에 내놓는 것이 아니라, '당신은 편하게 고르세요. 복잡한 매칭 작업은 만기 때 저희가 해 드립니다.'라고 하는 마인드가 또 하나의 거래를 생성했다는 데 있다. 


맥락을 조금 넓혀서 생각해 볼 경우, 이는 화폐의 용도와 상당히 유사하다. 상품 1을 가진 A는 상품 2를 원하고 상품 2를 가진 B는 상품 3을 원하고 상품 3을 가진 C는 상품 1을 원할 때 거래의 복잡함을 줄이기 위해서 탄생한 게 화폐 아니던가. (각주 4)





각주 1 : 이때 정책 담당으로서 고민을 다룬 책이 티모시 가이트너의 '스트레스 테스트'이다. 일독을 권한다.

각주 2 : 이들 역시 안전성에서 괜찮은 평을 받는다. 학생 론은 규모가 작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졸업 후 취직하여 대출을 성실히 갚을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론 역시 모기지에 비해 금액도 적고, 여차하면 담보가 된 차를 팔면 된다.

각주 3 : 이를 전문적인 용어로 '볼록성(Convexity)'라고 부른다. MBS는 대표적인 음의 볼록성을 지닌 상품이다. 볼록성이 음이라는 뜻은 다음과 같다 - 통상 채권의 가격은 이자율과 반비례한다. 그러나 음의 볼록성을 가진 상품은 이자율이 내릴 때 가격이 훨씬 적게 오르거나 심지어 내리기까지 한다. (* 각주의 각주)

각주 4 : 교환의 매개체(Medium of Exchange)는 화폐가 갖는 역할 중 하나에 불과하다. 통상 추가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가치 저장 기능(Store of Value)'과 '가치의 단위 기능(Unit of Account)'이 있다. 



* 각주의 각주 : 블룸버그에 따르면, 어떤 시장에서 헷지를 하지 않은 원 상품의 Yield curve가 negative convexity를 띨 경우 Recession의 징조로 보기도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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