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철근육 Feb 19. 2020

지금 일하는 회사의 업은 무엇입니까?

업의 이해가 중요합니다.

What kind of business does your company do?


업에 대한 이해라는 말을 종종 듣지만 '대체 업이란 게 뭐냐?'는 반문부터 생기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영어로 옮기면 생각보다 직관적이다. 당신 회사가 하는 비즈니스가 무엇인지 생각하면 된다.


시장도 아니고, 전략도 아니고, 대체 업이란 게 왜 중요한 걸까? 시키는 것만 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한데 왜 이렇게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많은 것일까? 그러나 직장인으로서 업에 대해 이해하는 일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오늘은 이에 대한 짧은 잡상을 풀어보려 한다.




1. 옛날 옛날에...


우산 장수와 소금 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얘기의 주된 맥락은 하나의 사안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느냐 (비가 오면 우산 장수가 잘 돼서 좋고, 해가 나면 소금 장수가 잘 돼서 좋고) 아니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느냐에 (비가 오면 소금 장수 장사가 안 되고, 해가 나면 우산 장수 장사가 안 되고) 있지만, 직장인은 이를 조금 다르게 볼 수 있다.


- 시장 : 마을 5일장.

- 전략 : 비가 오면 우산 장수가 출동하고, 맑은 날에는 소금 장수가 출동한다.

- 업 : "우산과 소금"을 파는 비즈니스.



2. 만약 당신이 회사를 운영한다면?


뭐든 분석해 놓은 결과를 보면 단순하다. 그러나 이게 막상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되면 고달프다. 당신이 우산과 소금을 파는 (주)보따리상이란 회사를 설립해 운영한다고 생각해 보자.


- 시장분석 : 마을 5일장이라는 곳은 시공간의 특성상, 열리는 장소와 시기가 특정 가능하고 참여하는 구성원에 변화가 별로 없다.

- 전략 : 소금과 우산 모두 한번 갖춰두면 매주 새로 살 필요가 없는 항목들이다. 비가 올 것이 예상되는 날에는 직접 본인의 우산을 들고 나온다. 소금은 요리에 조금씩 넣어 먹기 때문에 1년에 두세 차례 정도밖에 구매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산은 5일장이 아니라 수시로 마을 전체 거리에 돌아다니며 판매하는 전략으로 변경하고, 소금은 보편적 가치를 띠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여 화폐처럼 통용될 수 있게 유도한다.

- 업 :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파는 비즈니스로 확장. 우산은 시장의 공간적 제약을 허물고, 소금은 화폐라는 물건으로 인식 전환하여 판매한다. 소금을 작게 담아 화폐처럼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보자기나, 휴대용 계량컵 같은 것도 함께 팔 수 있다.



3. 그런데 이게 뭐 어떻다고요?


업의 이해가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회사의 관점에서 : 시장을 정의하고 그에 따른 전략을 세우는 데 필수적이다. 즉, 전략 수립보다 업의 이해가 더 우선한다. 업의 이해가 올바로 되지 않는다면 명확한 방향이나 가치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기 쉽다. 언뜻 보기에 그럴듯해 보여도, 업의 연관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마구잡이로 갖다 붙이다가 성장세가 꺾이는 기업들도 좋은 예가 된다. (소금과 우산은 적합한 조합인가?)


2) 개인의 관점에서 : 주변 정책이나 환경의 변화를 분석하는 좋은 틀이 된다. 새로운 정책 발효, 환율 하락, 정치, 환경/보건 이슈 등이 발생했을 때 모든 기업과 국가가 타격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A라는 정책이 B 회사에는 독이 되어도 C 회사에는 이득이 될 수도 있다. 물론 A라는 정책이 겉보기엔 B 회사에 독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론 이득을 안겨 줄 수도 있다.




업을 이해한 뒤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깊은 결과를 안겨준다.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려 큰 목소리를 내다가 제 살 깎아먹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으려면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업이 무엇인지 반드시 한 번은 고민하는 것이 좋다.


이는 자신이 회사의 CEO가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자기 회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위기의 순간에 더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 회사를 살리든, 본인이 이미 이직을 하든 말이다. 업을 아는 사람은 주변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 전체의 관점에서 바라봐도 마찬가지다. 해당 국가의 주된 업은 무엇인지 고민해도 좋고, 지금 봉착한 국제 환경 아래서 어떤 업을 적극적으로 부양하고 어떤 업을 잠시 보호해야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고민해도 좋다.


어쨌건 하나만 기억하자. 세상에 누구에게나 무조건 좋은 일, 누구에게나 무조건 나쁜 일 같은 건 없다. 모든 일에는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있으며, 이를 판가름하는 것이 바로 업이다.





* 쓰다 보니 길어졌다. 어떤 뉴스에 대고 너무나 일관된 목소리로 비판을 하길래, '바보야, 그건 네가 일하는 회사에는 기회잖아!'라는 생각에 쓰기 시작한 글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Agility 또는 애자일 조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