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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Mar 24. 2020

믿음으로 투자하지 마세요.

투자 결정은 자신이 하는 것이라지만.

최근 전 세계 주식 시장이 난리다. 좀 더 세부적으로 말하자면 미국 달러 빼고 대부분 나라 증시와 대부분 금융 상품이 모두 하락 중이다. 심지어 대표적 안전 자산이라 불리는 미국 국채도 약세다. 기사들에 따르면 이런 현상이 - 달러 독주가 - 벌어지는 게 '08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그렇다. 글로벌 금융위기라고 불리는 '08년 말이다.


지금 흘러가는 상황이 위기의 전조라는 말과 비슷하다. 물론 지나친 우려는 경제 활동의 위축을 낳고, 이것이 경기를 더욱 하락하게 만드는 심리적 악순환이 있으 비관확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엄연한 현실 앞에 낙관론만 믿고 벙글벙글 웃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언제나 중도를 지키는 게 가장 어렵다.


나는 지금 미국에 있고, 금융 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시장을 직접 분석하고 투자를 시행하는 업무는 아니지만 그래도 전체적 흐름을 위해 시장을 매일 본다. 최근 보이는 급격한 하락세에 긴장감이 더해진다. 매일같이 열리는 회의에선 회의론과 신중론이 대세다. 그러다 퇴근 후엔 자연스럽게 한국 뉴스를 찾는다. 나는 깜짝 놀랐다. 돈을 몇 배로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린 것이다.


물론 소수의 이야기라 믿을 뿐이다. 설령 다수라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투자를 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온전한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딱 하나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


투자는 믿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믿음이란 이런 것이다. '이쯤이면 바닥이겠지? / 설마 이것보다 더 떨어지겠어? / 에이 이 기업이 이 가격이면 말이 안 되지.'


비록 내가 투자 문외한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투자나 주식에 대한 대화에서 첫마디에 바로 탈락시켜버리는 부류가 있다. 바로 경기 순환에 대한 '기계적 믿음'이다. 보통 xx 년 주기로 xx달만큼 경기가 하락하다가 이후 반등하니까 지금이 매수 시점이라는 식의 이야기다. 나는 이런 데 마음을 줄 여지 1%도 없다.


경기 순환은 기계적 법칙이 아니다. 초급 경제학에서도 어떤 원인이 사이클을 일으키는지, 어떻게 하면 이를 평탄화 할 수 있는지 등을 배운다. 그저 매 xx 년마다 지구 하늘을 스쳐 지나가는 행성 주기 다루듯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선 기계적으로 이를 신봉하는 무리가 생각보다 많은 듯하다.


이런 사고가 위험한 이유는, 바로 사람들에게 근거 없는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이쯤이면 / 이 정도면 / 이때 즈음에' 등등의 수식어가 붙는 예상은 사실 '믿음'에 불과하다. 기우제를 비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어쩌면 이 사람들은 간절히 믿기만 하면 제갈공명이 적벽대전에서 동남풍을 불러오듯 미래가 원하는 바대로 흘러가리라 믿는 것 같다.


블룸버그에서 얼마 전 기사를 냈다. 지난 4주 동안 미 증시가 기록한 30% 낙폭은 지난 10번 하락장의 중간값이라고 했다. 그리고 바닥을 치기까지 걸리는 시간의 중간값은 1년 반이었다. 이 기사를 반영하든 그러지 않든 상관없이 우리가 반드시 한 번은 고민을 해 봐야 하는 질문들이 있.


- 낙폭의 중간값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 1년 반이라는 기간이 이번 사태엔 어떻게 적용이 될 것인가?

- 그리고, 왜 블룸버그는 평균이 아니라 중간값을 썼을까?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반 간결히 남기고 글을 마무리하겠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빚까지 내서 투자를 할 정도라면, 본인의 행위가 도박이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을 한다면 '믿음' 말고 좀 더 다른 자료를 참고로 하는 침착함이 필요한 시기다.


<중간값>

여기 5개의 숫자가 있다. 이를 점증법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2, 3, 4, 100

언뜻 고르게 분포된 것 같지만, 100이라는 특이점(Outlier) 때문에 온전히 고르다고 보긴 어렵다.

어쨌거나 이들을 활용해 몇 가지 대값을 계산해 보면 :

- 평균 : 22

- 중간값 : 3

즉 보통 통계학에서 중간값을 쓰는 이유는 특이점이 평균 계산에 영향을 크게 미쳐 전체 모수를 파악하는 데 지장을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위의 예를 보자. 저 5개를 대표하는 숫자로 22가 어울릴까, 3이 어울릴까?




한국 경제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이 사태가 끝나고 반드시 반등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그 기회를 노리고 지금 빚을 내 투자를 한다면 다음 질문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언제 올지 모를 바닥까지, 내가 대출 이자를 감당하면서 생활비를 버텨낼 수 있을까? (주택담보대출이라면) 내 주택의 가치가 그때까지 동일한 값어치로 버텨줄까?" 언제나 유동성, 즉 현금흐름이 생존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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