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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Mar 10. 2020

금리가 내리면 무조건 좋나요?

유동성 함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만.

얼마 전 미연방준비위원회(Fed) 금리를 50 bps(bps = basis point = 1/100%) 인하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하락 우려를 불식하고 미 증시 낙폭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통상 Fed의 결정을 예측하기란 꼭 쉬운 일은 아닌데, 금번 금리 인하는 이미 거의 100%에 가까운 정도로 점쳐지는 일이었다. 이는 그만큼 현재 경기가 좋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금리를 낮추면 어떤 일이 생길까? 순서대로 생각해 보자. 우선 대출 이자가 내려간다. 기업이 자금을 빌리기 쉬워진다는 뜻이다. 그러면 기업은 자금을 차입해 투자를 진행할 것이다. 투자 및 생산이 늘면, 고용이 확장되고, 사람들의 소득과 소비가 동시에 증가한다. 이는 기업 이익 증가로 이어져 또 다른 투자로 연결된다. 이것이 금리 인하의 선순환이다.


그렇다면 당장 금리를 0%로 낮추지 않고 뭐 하는 걸까? 금리는 낮출수록 좋은 게 아닐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우선 극단적인 경우를 살펴보자. 일본과 독일은 금리가 낮다 못해 마이너스 금리를 갖고 있다. 이들 나라가 엄청난 경기 활황을 구가하고 있는가?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같이 금리는 경기 부양의 만능열쇠가 아니다. 게다가 금리를 무조건 낮추기 힘든 이유도 많다. 그중 가장 자주 언급되는 건 '유동성 함정'이다. 유동성 함정은, 쉽게 얘기하자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이를 경제학 교과서에서 설명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 사람들이 화폐를 보유하는 이유 중에는 '투자 목적'이 있다.

- 금리가 낮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비례한다. 즉 채권 가격이 높은 상태다.

- 금리를 더 낮추기 위해 중앙은행이 통화(화폐=돈)를 푼다.

- 그러나 사람들은 이 통화를 투자하는 데 바로 쓰지 않고 채권 가격이 다시 낮아지면 사려고 (금리가 다시 높아질 것이라 예상하고) 현금을 손에 쥐고 있는다.

- 중앙은행이 푼 돈은 시장에 돌지 않고 계속 집에 머문다. 어떠한 효과도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우리는 채권을 사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자.


금리가 낮다. 우선 대출 금리를 싼 것으로 갈아탄다. 그다음 여유자금으로 투자를 하려니, 약간 불안하다. 아직 주식 시장이 저점인지 알 길이 없다. 그런데 중앙은행은 금리를 더 내린다고 한다. 아직 경기가 안 좋다는 뜻인 것 같다. 경기 반등을 선두 할 기업이나 종목이 뭔지 모르겠다. 일단 돈을 예금에 넣어둔다. 이자가 정말 작지만 이게 어디냐 자위하며 시장을 지켜보기로 한다.


핵심은 경기가 아직 안 좋은 것 같다는 심리적 판단에 있다. 중앙은행의 움직임이 신중한 것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중앙은행의 움직임은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크다. 분명 경기가 안 좋지만 그렇다고 대뜸 금리를 내려버리면 '경기가 정말 안 좋구나'라는 심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너무 자주 움직이면 '중앙은행에 전문성이 없다'는 비판으로 직면한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분명 그들이 가진 무기인 "통화정책"을 써서 경기를 부양하거나 물가를 잡아야 한다. 그래서 일부 중앙은행은 묘수를 쓴다.


'우리는 경기 조정을 하는 게 아니라, 물가 안정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참여를 하되, 기준을 명확히 했다. 언뜻 중앙은행이 한 손 놓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글로벌 경기를 바라보면 시장 참여자들의 과도한 심리적 반응을 억제하는 데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얼마 전 모 외신에서 이와 연관된 분석을 했다. 금리를 너무 내리면 추가적으로 쓸 수 있는 무기가 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달리 표현하면 유동성 함정에 대한 우려였다. 금리를 너무 내리면 나중에 통화정책을 쓰고 싶어도 효과가 없을 거야!


일본이 겪은 '잊혀진 10년'은 이를 대표하는 예다. 금리가 낮다 보니 엄청난 화폐를 쏟아부었음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것이다. 유동성 함정에 빠져 돈이 시장에 나오지 않은 탓이었다. 이미 지나버린 일이지만 당시를 회고하며 경제학자들이 말한 건,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한꺼번에 더 풀었어야 했다'는 비판이었다. 어쭙잖게 물가 상승까지 걱정하며 주춤주춤 풀다 보니 돈은 돈대로 쓰고 시장 부양을 못한 것이다.


돈을 엄청나게 풀었으면 정말 성공할 수 있었을까? 사실 가 보지 않은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가능성은 좀 더 열려있다. 왜냐하면 '엄청난 화폐 공급' 앞에서 사람들의 심리가 더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와 정부가 정말로 뭔가 하려고 하는구나!'


금리 인하 관점에서, 미국은 아직 1% 정도의 여유가 더 남았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더 내릴 것인가? 조금 더 참을 것인가? 무조건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닦달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어쩌면 지금 금리 인하가 그 국가 경제의 항아리 밑바닥에 금을 내는 행위일 수도 있음을 잊지 말자. 언제나 경제는 복합적이다.






이쯤 되면 분명 이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오호, 금리가 내렸다고? 투자할 곳이 마땅찮다고? 그렇담 부동산이 딱이지!' 이 말은 정답일까? 혹은 현실성이 얼마나 될까? 고민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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