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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Mar 05. 2020

집을 사는 것이 이득이 되지 않으려면?

집값을 잡는 것과는 별개의 잡상입니다.

몇 달 전 모 매체에서 본 것이다. 미국에서 집을 사는 것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당장 그 전 주 즈음 동료 한 명이 '이 비싼 월세를 내느니 집을 사고 말았어!'라고 갑자기 고백했던 터라 기사를 읽는 내내 기분이 묘했다. 과연 누가 더 나은 판단을 내린 것일까? 


이하의 논의를 위해서는 우선 한국 특유의 전세 제도를 잊고 월세에 국한해서 생각하기로 한다. 그리고 대강의 이론적 틀만 잡을 예정이므로 깊은 인사이트나 정보를 얻고자 하시는 분께는 미리 양해를 구한다.




월세는 매달 날아가는 돈이다. 내게 이자를 안겨주지도 않고, 언젠가 회수할 수 있는 원금도 아니다. 그러나 대출을 내서 집을 사면 내겐 '집'이라는 자산이 남는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월세만큼 대출금을 갚는 데 쓰면 종국에 내겐 집이라도 남으니 어차피 돈 나가는 거 집을 사는 게 낫다!"


일견 타당해 보이는 말인데, 집을 사는 게 이득이 아니라니? 뭔가 혼자 살며 떠돌기 좋아하는 노마드 스러운 젊은이들 문화를 염두에 눈 논의인가 싶지만 그렇지 않다. 경제적으로도 충분히 따져 볼 수 있는 소재다.


먼저 집을 사지 않았을 때를 고려해 보자. 월세가 나간다. 물론 공과금도 나가지만 이는 소액인 데다 집을 사도 마찬가지로 내야 하므로 논의에서 제한다.


다음은 집을 샀을 때다. 매달 대출금 상환으로 내는 금액이 월세랑 꼭 같다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 공과금은 이미 논의에서 제하기로 했으니 잊어도 된다. 그러면 끝일까? 안타깝게도 아니다. 


집을 사면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세금과 유지비다. 세금은 매년 내는 것이고, 유지비는 통상 5~10년 주기로 돌아온다. 대신 후자의 규모가 훨씬 크다. 미국처럼 목조를 기반으로 한 주택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집을 사는 게 이득인지 월세를 내는 게 이득인지는 아래 수식을 보고 결정하면 된다.


평생 내는 월세의 합 vs. 대출금 + 이자 + 주택을 보유하는 동안의 세금과 유지비 - 집의 잔존 가치

만약, 대출금과 이자 수준을 월세 내는 금액과 동일하게 맞춘다면, 이 식을 아래와 같이 치환할 수 있다.

주택을 보유하는 동안의 세금과 유지비 vs. 집의 잔존 가치


위 식들을 고려할 때 사람들에게 집을 사는 게 매력적이지 않다면,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대출 이자가 높거나 

- 세금이 높거나

- 유지비가 높거나

- 집의 잔존가치가 낮은 것이다.


단순한가? 그러나 하나씩 뜯어보면 막상 그렇지 않다.


1. 대출이자는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와 대체로 방향을 같이 한다. 그런데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변한다. 시장에 따라 변하는 것은 월세도 마찬가지다. 둘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2. 세금은 섣불리 건들기 어려운 문제다. 사람들이 조세에 대한 갖는 부정적 심리를 '조세 저항'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특히 주택 보유세처럼 저량(고인 것. Stock, 자산)에 부과되는 것이라면 유량(흐르는 것. Flow, 현금)에서 막히는 사람들이 있어 더 강한 저항에 부딪히기도 한다. 


3. 유지비는 미국이야 목조건물이니 '5년마다 10만 불(=약 1억 원)이 들어간다.'라는 말이 나오지만 한국에서라면 그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유사한 주기로 리모델링을 한다 하더라도 대체로 그보다 금액이 적다. 


4. 집의 잔존가치가 어찌 될지는 미래의 해당 시점에 주택시장이 어떨지에 따라 나뉜다. 이쯤 되면 Gamble의 영역으로서, 소위 'Nobody knows.'다.




그래서일까. 결국 집을 사느냐 마느냐는 심리적인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다.

1) 나는 집을 중간에 팔 것인데 그때 집값이 오르리라 믿기 때문에 산다. 

라거나

2) 나는 이사 다니는 게 귀찮고 집주인 눈치 보는 게 싫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3) 나는 죽을 때까지 한 집에 살진 않을 건데 집값이 필연적으로 내릴 것이라 믿기 때문에 사지 않는다.

라거나

4) 나는 차라리 월세 내고 깔끔하게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는 게 속 편하다.


아, 그런데 결론을 잊었다. 미국에서는 왜 집을 사는 게 불리한 것일까? 해당 기사에서 다룬 정답은 세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잔존가치에 대해 서로 다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의 부동산 투기는 심리적 요인 중 1) 번에 '전세'라고 하는 특수한 개념이 묶여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에 교육열을 더하고, 짧은 시간 동안의 고도성장, 그리고 좁은 국토와 정치적 상황 등을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분석할 깜냥이 안 된다.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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