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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Apr 22. 2020

영어를 '정말로' 잘하고 싶다 중간보고 2편

(2) 읽는 속도를 원어민만큼 끌어올리는 법.

https://brunch.co.kr/@crispwatch/305

중간보고 1편 이후 또 2달이 흘렀다. 그 사이 재미난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가 꽤나 괜찮아서 2편을 올린다. 2편의 주제는 '읽기'다.


물론 잘 읽으면 문장 구조가 머리에 더 잘 들어 말하기 도움이 된다. 읽으며 어휘를 익히니 듣기 향상과도 이어진다. 언제나 잊지 말자. 언어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가 모두 연계되어 돌아간다.


이렇게 쓰고 보니 빠뜨린 게 하나 있다. 그렇다. 잘 읽으면 쓰기에도 좋다. 그리고 잘 쓰면 잘 읽힌다. 이는 모두 문장 구조와 연관이 있다.




흥미로운 실험의 시작은 단순했다. 나는 미국에 온 뒤로 영어로 된 책만 다. 영어 공부를 한단 목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 산 책을 자랑하듯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지인 중 한 명이 '서평을 기대한다.'는 댓글을 남긴 것이다. 서평 쓰야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대상이 원서다 보니 당장 두 가지가 머리에 떠올랐다.


1) 과연 저 댓글을 써 주신 분이 잊어버리지 않을 만큼의 시간 내에 다 읽을 수 있을 것인가?(독서의 속도) 

2) 그럼에도 주요 내용을 잊지 않고 서평에 옮길 만큼 기억에 담아둘 수 있을 것인가?(독서의 질, 깊이)


우연의 일치인지 그즈음 'PUBLY'에서 온 독자 레터에 길을 끄는 흥미로운 구절이 있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 보통 1분에 200~250 단어를 읽는다'는 내용이었다. 약간의 승부 의식이 생기면서 뭔지 모르게 살짝 흥분되었다.


나는 한글로 된 책을 빠르게 읽는 편이다. 따로 속독을 배우거나 한 건 아니다. 그저 책을 많이 읽다 보니 눈이 문장을 훑는 속도가 남들보다 빠르고, 본 부분이 기억에 잘 남아 페이지를 다시 뒤로 돌리는 경우가 적은 덕분이다. 그래서 보통 사회과학서나 교양 과학/수학서라면 출근 시각 15~30분가량의 전철 독서로만 1주일에 한 권을 읽는다. 소설이라면 좀 더 빨라지고 철학이나 역사서라면 조금 더 느려진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욕심이 생기는 거다. 한글은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의 평균보다 빨리 읽는다. 그렇다면 영어는 모국어를 쓰는 사람들의 평균 속도 정도는 따라가 볼 수 있지 않을까?


책은 "Evicted"로, 사회과학서 내지는 - 적어도 내 눈엔 - 탐사 보도였다. 내게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은 중립의 영역이었다. 나는 책을 읽으며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 결론은 선방이었다. 1페이지에 평균 1분이 걸렸는데 1페이지에 담긴 단어가 300 단어 정도니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의 평균 준수하게 따라간 셈이다.


이제부터 이전의 독서가 - 지난 9개월간 원서 독서가 - 어땠는지 밝히겠다. 참고로, 이걸 달성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마침 지인의 책이 e-book으로도 나왔다고 하여 나는 9개월 만에 리디북스 단말기를 살리고 편안한 마음에 한글 책을 마구 담았다. (놀랍게도 다행히 한글 독서 속도 줄지 않았다.)




1. 단어를 순서 그대로 눈에 넣는다.


"보자, 여기에 주어가 있고, 저기에 목적어가 있고, 저 that 절이 목적어를 꾸미니까, 해석을 하면..."이라고 굳이 애쓰지 않았다. 그냥 문장에 제시된 단어 순서대로 그대로 흡수했다.


요즘 같은 혼란한 금융장에 유독 주목이 되는 워렌 버핏의, 발언 중 한 구절을 예로 들어보자. 예문은 the Economist 지 기사를 읽다 따왔음을 밝힌다.


"You only find out who is swimming naked when the tide goes out."


이 문장을 보면서 You가 주어고, 동사는 find out이며 목적어가 who 절인데 when 이후의 조건이 붙는다는 식으로 해석하면 늦다. 눈이 앞 뒤로 왔다 갔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대로 읽자. 이렇게 쓰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그대로 읽자. 그러면 이렇게 된다.


당신은 오직 발견한다 누구를 수영하는 벗은 채로 언제냐면 파도가 쓸려 나가면.


그렇다. 영어를 하려면 교포들이나 한국어를 갓 배운 외국인들이 쓰는 어색한 번역투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는 큰 것부터 얘기한 뒤 점점 디테일을 찾는 형식이란 설명과도 유사하다. '당신은 발견할 수 있다. 무엇을? 벌거벗은 채로 수영하는 사람을. 언제? 파도가 빠져나갔을 때.'



2. 문장을 두 번씩 읽자.


초창기 때 이것이 익숙해 지기 위해 여러 자료를 찾아다녔는데, 통번역 스킬 향상에 도움된다는 한 방법론이 꼭 들어맞았다.

 

1단계 : 문장을 소리 내서 읽는다 - 한국어로 소리 내서 번역한다 - 문장을 다시 소리 내서 읽는다.


2단계 : 문장을 소리 내서 읽는다 - 한국어로 마음속으로 이미지를 떠올린다 - 문장을 소리 내서 읽는다.


3단계 : 문장을 소리 내서 읽는다 - 문장을 눈으로 다시 읽는다.


이 역시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간 단계마다 책을 한 권씩 소요했으며 각 연습을 매일 최소 30분씩 했다. 즉 1단계를 위해 책을 한 권 사서, 출근길 30분 중 저 연습법으로 15분, 나머지 15분은 그냥 눈으로 독서하고 잠들기 전 다시 저 연습법으로 15분, 나머지 15분은 그냥 묵독을 했다.


여기서 묵독을 하는 이유는 진도를 빼기 위함이었는데, 제 아무리 영어 공부가 목적이긴 했으나 완독 하는 책이 너무 적다면 의욕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비록 한 달에 한 권일 지라도 완독 권수는 채우고 싶었다.




저 방식대로 하면 하루 30분씩일 뿐이지만 매 권마다 읽는 속도차를 스스로 체감한다. 두 번씩 읽다 보니 문장 구조가 눈에 잘 잡히는 게 가장 크다. 문장 구조라고 대단한 건 없다. 이 긴 문장에서 주어가 어디까지고 동사가 어딨는지만 보여도 8할은 성공이다.


독서가 잘 됐을 뿐인데, 부서 회의 도중 수식어가 많은 한 매니저의 말을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었다.

'The thing I want to mention about the report which is very critical to the board members IS THAT...'


'와, 주어 끝났다!'라는 것을 나도 모르게 깨달은 순간의 쾌감은 생각보다 컸다.





1편에서 나열한 소스 중 유튜버 '구슬쌤'도 추가해서 즐겨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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